[한국보험신문 칼럼] 다다익선과 함께 하는 인슈포트라이트
# 해당글은 한국보험신문에도 게재되고 있는 오명진 작가의 '인슈포트라이트' 칼럼입니다.
사망은 생명보험의 기본이 되는 보장이다. 국내 보험산업이 활성화되는 시기부터 사망보장은 그 모습을 달리하여 왔다. 산업화 이후 자식 교육이 중시되는 시기에는 ‘교육보험’의 모습으로, IMF 이후 경제상황이 어려운 시기에는 가족의 자산과 경제생활의 버팀목이 될 ‘보장자산’으로 시대별 사망보장의 컨셉트가 바뀌어 왔다. 사망보험은 보장기간에 따라 정해진 기간 동안만 보장하는 정기보험과 보험만기가 영구적인 종신보험으로 크게 나뉘며, 생보사는 특히 이 종신사망보험을 주력상품으로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 왔다.
생보사는 왜 사망종신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것일까? 우선 국내 보험소비자들의 보험에 대한 인식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보험=상속’의 개념이 강하게 자리 잡았던 시기에 남겨진 가족을 위한 금융상품 하나 가입하고자 하는 마음을 헤아려 교육보험, 보장자산 등의 이름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고자 함이 첫번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보험업의 영위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의 생보사 입장은 사망종신보험이 보험 통계 측면에서 수익이 가장 많이 남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망사고는 보험 가입 후 평균 수십 년 이후에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보험료는 가입한 순간부터 납입이 되므로 보험료의 납입과 보험금 지급의 시차가 매우 길다. 여기서 둘의 시간차가 생보사 수익의 원천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사고발생까지의 긴 시간 동안 가입자에게 미리 받아놓은 보험료를 재원으로 자금의 운용을 좀 더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계속되는 취업난과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 작지만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소비 행태인 ‘욜로’, ‘소확행’ 등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사망보험을 찾는 보험 소비자는 급감하고 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보장도 받지 못하고, 상속해 줄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비싼 보험료를 왜 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생보사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연금전환되는 종신보험, 보험료가 저렴한 저해지 환급형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의 일정 비율까지 미리 지급이 가능한 종신보험, 보험금을 달러로 받는 종신보험 등이다. 어떠한 형태로든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상품에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채널의 경우, 종신보험을 걷어내고 소액의 보험료로 일정기간 동안 보장받을 수 있는 정기보험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월 20만~30만원의 보험료를 2만~3만원까지 내려 사망보험의 진입장벽을 좀 더 낮춰보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인보험은 물론 자동차보험 등의 물적보험까지 다양한 위험의 보장이 가능하고 온라인 채널이 활성화 됨에 따른 가입 편의성 제공으로 활성화 되고 있는 손해보험 업계와 달리 사망보장을 주력으로 하는 생명보험의 경우 트렌드의 변화에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망과 질병의 보장만을 강화하는 기존의 상품방향과 달리 최근 생보사의 건강증진형 상품의 개발과 론칭이 주목할만하다. AIA바이탈리티는 보험가입자의 걸음 수를 측정해 일정 기준을 넘으면 보험료를 10% 할인해주는 상품을 출시하였으며, ING생명은 ‘건강증진형 국민체력100’을 출시하여 1년동안 하루 1만보 걷기를 달성하면 월보험료의 1.5배 또는 50만원까지 돌려주는 혜택을 주고 있다. 이미 미국의 오스카 헬스케어 등의 해외 건강증진형 상품이 각광받고 있는 상황에 국내 도입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 생보사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경쟁은 곧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상품이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되므로 기대를 크게 가져본다.
생명보험의 주영역인 사망보험에 초점을 맞춰 가입편의성을 제공하거나 보험료를 낮추는 등의 방향보다는 건강증진형 상품과 같이 생명보험의 주영역을 사망의 보장강화가 아닌 사전 건강관리로 전환해 보는 시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의료행위 관련 규제 또한 보다 빠른 변화의 시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