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아이(Honey)에게 편지를 씁니다. 아이는 꿀벌을 좋아합니다. 제게 꿀처럼 달콤하고 다정다감한 존재이기도 하죠. 허니에게 무엇이든 좋은 것을 주고 싶지만 아무거나 줄 수 없어서, 아무것도 줄 게 없어서 저는 대신 편지를 씁니다. 글은 기록으로 남기에 지금 전해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아이에게 건네질 수 있을 테니까요.
책을 읽다가 제 가슴을 뛰게 하는 구절, 삶을 활기차게 살고 싶게 만드는 구절을 발견했을 때마다 아이 생각이 났습니다. 밑줄을 그으며 아이에게 읽어줄 때도 있었죠. 제 학창 시절, 청춘의 시절에 책의 한 구절을 손에 쥐어준 사람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볼 때가 있습니다.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때는 이미 지나갔으니까요.
대신 그때에 쥐지 못한 구절들을 오늘날 차곡차곡 모아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에게 내가 한 구절을 쥐어줄 수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미처 알지 못해서 해주지 못하는 말들을 작가가 대신해 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이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편지를 써서 아이에게 직접 전해주니 뭔가 쑥스럽기도 하더군요.
거창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편지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에게 잘 사는 방법을 전해주거나 삶에 대한 충고를 하기 위해 편지를 쓰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읽은 책을 아이가 읽기 바라는 마음에서 쓰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요. 오직 한 가지 마음이 있다면, 제가 책에서 받은 사랑을 아이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말로 하자니 잘 전해지지 않는 사랑의 표현을 글로 쓰니 좀 더 그럴듯하게 전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편지를 쓰는 동안 저는 제가 책을 통해 받은 사랑과 아이에게 전해 줄 사랑을 생각하느라 마음이 설렙니다.
제가 읽는 책들은 평범한 책들입니다. 소설, 에세이, 수필, 그림책 등 재미있는 책을 찾아서 읽습니다. 제가 읽은 책들을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읽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러길 바라지도 않고요. 아이는 아이대로 자신만의 도서관을 만들어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아이는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이 있습니다. 아이가 권했지만 제가 읽지 않는 책들은 아이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제가 권했지만 아이가 읽지 않는 책은 제가 이야기를 들려주죠. 아이와 저는 서로 권유는 해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취향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책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으니까요.
저는 아이에게 편지를 씁니다. 어떻게 보면 자기만족, 엄마만족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제가 쓴 편지가 그리 달콤하지는 않을지라도 제가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한 글자 한 글자마다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보려고 합니다. 언젠가는 책 편지에서 달콤한 향기가 풍겨 꿀벌들이 달려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꿀벌들이 온몸 가득 꽃가루를 묻혀 아이들이 있는 곳곳에 날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