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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ㅁ)하면 집안일 안하는 남편을 변화시킬 수 있다.

스펀치의 실험에서 본 HR

by 인싸담당자 신민주

2012년까지 방송된 KBS 실험 예능 〈스펀지〉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저 역시 어릴 적에는 그저 재미로만 보았는데, 결혼생활을 하면서
문득 떠오른 실험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목부터 꽤 자극적이었죠.
“집에서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남편, 네모(ㅁ)하면 변화시킬 수 있다.”


그 네모(ㅁ)란 바로 '할 일과 마감 시간을 미리 말’였습니다.
실험에서는 여러 부부가 등장했는데,
아내가 “나는 음식을 할 테니 10시 20분까지 빨래를 다 개 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하면, 평소 집안일에 소극적이던 남편들이
놀랍게도 시간 안에 일을 끝내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가사 분담이 자연스러워졌지만,
당시에는 꽤 신선하고 화제가 된 실험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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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파킨슨 법칙과 마감기한



얼마 전 읽은 책에서 ‘파킨슨 법칙(Parkinson’s Law)’을 접하며 이 실험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파킨슨 법칙은 “일은 주어진 시간을 모두 채울 때까지 늘어난다”는 이론입니다.
즉, 마감기한이 멀리 있으면 30분 만에 끝낼 일도 괜히 질질 끌지만,
오늘 저녁까지 끝내야 한다면 어떻게든 마감 안에 맞추게 된다는 것이죠.


대학 시절 레포트 제출 마감 직전의 경험,
지금도 많은 직장인들이 여전히 반복하는 패턴일 겁니다.



2.조직문화 담당자의 역할


저는 이 이론이 조직문화 담당자가 꼭 이해해야 하는 핵심 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한을 정하지 않거나 널널하게 주면, 사람들은 대체로 미루게 됩니다.
하지만 기한을 분명히 제시하면 놀라울 만큼 실행력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보고문화, 마감문화를 어떻게 조직에 정착시킬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1) 짧은 회의 타임박싱
회의 시간을 1시간이 아니라 30분으로 제한하고, 꼭 필요한 안건만 다루며
작은 성공 경험을 구성원들에게 체감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2)중간보고 데드라인 설정
“이번 주 금요일까지 전체 완성” 대신
“수요일까지 초안만 공유”라는 식으로 중간 기한을 만들어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런 작은 시도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조직 전체에 생산성을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펀지의 실험처럼, “언제까지 무엇을 해달라”라는 말 한마디가 남편을 변화시키듯,
조직에서도 구체적이고 시간제한이 있는 요청은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강력한 촉매제가 됩니다.


파킨슨 법칙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보고문화, 마감문화, 생산성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중요한 힌트가 됩니다.
작게 시작하더라도, 기한의 힘을 잘 활용한다면 조직은 더 민첩해지고 효율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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