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보다는 워페
2021년 초, HR을 공부하거나 현업에 계신 분들이라면 한 번은 들었을 일이 있었습니다.
입사 4년 차의 SK하이닉스 직원이 당시 사장과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성과급 지급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이 메일은 회사를 흔들었고, 결국 최태원 회장님까지 직접 나서서
모든 연봉을 내놓겠다고 언급하며 성과급 제도 자체가 크게 바뀌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현재, SK하이닉스는 다시 성과급 보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합의가 발표되었고,
1인당 평균 1억 원이라는 역대급 성과급이 지급된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죠.
이 소식이 전해지자 블라인드에는 “오늘부터 야근이다. 개발 일정 하루라도 앞당긴다”,
“일하러 가자. 삼성이 따라온다더라”와 같은 직원들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보상이 구성원들의 몰입과 동기를 얼마나 강하게 자극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과급 문화를 국내 기업에 정착시킨 사람은 삼성의 故 이건희 회장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인센티브를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라고 표현하며,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로 꼽기도 했습니다. 또한 핵심 인재를 얼마나 영입했는지, 그리고 이들을 위해 사장이 얼마나 챙기고 있는지를 사장 평가 항목에 넣으라는 지시도 내리셨죠. 이러한 기조가 2001년 삼성에 PS 제도가 도입되는 배경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평등만을 강조하는 조직은 활력을 잃기 쉽습니다.
성과에 따른 보상이 있었기에 삼성은 1등 기업이 되었고, S급 인재들을 끌어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홀대받는다는 인식이 생기면, 특히 MZ세대에게 인센티브는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쟁취물이 되기에 강한 불만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다만 조직별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영업이익을 낸 조직은 구성원 모두가 성과급을 받으며 동기부여가 강화되지만, 신사업 부문처럼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조직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별도의 제도를 통해 신사업 구성원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독려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과주의의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드리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드라마 에스콰이어에서도 이와 같은 메시지가 등장했습니다.
배우 이진욱이 맡은 윤석훈 파트너 변호사는 “신임 어쏘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워라벨(Work & Life Balance)이 아니라, 워페벨(Work & Pay Balance)을 찾기 위해서다”라는 대사를 남깁니다. 결국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체계가 없으면, 젊은 세대일수록 더 빠르게 다른 기회를 찾게 된다는 현실을 드러낸 것이죠.
이처럼 인센티브는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닙니다.
개인에게는 동기부여이자 성취의 증표이고, 회사 입장에서는 인재를 끌어들이고 지켜내는 핵심 도구입니다. 그렇기에 HR은 늘 고민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정말 일한 만큼 보상받고 있다”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지, 그리고 그 보상이 조직 전체의 성과와 선순환을 이루게 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