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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가 한국 축구보다 나은 이유는 무엇인가

2026 월드컵을 앞두고, '공정함'을 묻다

by 인싸담당자 신민주

축구를 사랑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추첨을 지켜봤습니다. 조 추첨 때마다 우리의 관심사는 늘 비슷합니다. 한국이 어떤 조에 속했는지, 그리고 '숙명의 라이벌' 일본은 어떤 대진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역사적 특수성만으로 일본을 라이벌이라 부르기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냉정하게 '한국 축구는 일본에 뒤처졌다'고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스코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라운드 안의 경기력은 물론, 밖에서 이루어지는 행정력까지 모든 면에서 아쉬움이 짙게 남는 것이 현실입니다.


혹시 지난 11월에 있었던 가나와의 평가전을 기억하시나요? 6만 석이 넘는 경기장에 관중은 고작 3만 명대에 불과했습니다. 상암벌이 텅 비다시피 했죠. 심지어 경기를 하는지조차 몰랐다는 분들도 많았고, 솔직히 저 역시 잘 몰랐습니다. 축구 팬들의 열정이 이렇게까지 식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1) 힘 들이지 않고 차는 일본, '해줘' 축구의 한국


얼마 전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가서 현지 분들과 축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상대 팀엔 눈에 띄는 스타 플레이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공을 참 쉽게 차더군요. 무리한 드리블 없이도 패스 몇 번으로 공간이 열리고, 누구 하나 지친 기색 없이도 경기가 술술 풀렸습니다. '아, 이게 바로 시스템이구나' 싶었습니다.


일본 축구의 무서운 점은 바로 이 '시스템'입니다. 유소년부터 국가대표까지 일관된 철학으로 훈련을 시킵니다. 덕분에 유럽에 진출한 일본 선수가 100명이 넘는다고 하죠. 손흥민 선수 같은 슈퍼스타는 없을지 몰라도, 누가 그 자리에 들어가더라도 제 몫을 해내는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손흥민, 이강인 선수

반면 우리는 늘 '영웅'을 기다립니다. 손흥민, 이강인 같은 천재가 나와서 "해줘!"라고 외치며 멱살 잡고 끌고 가길 바랍니다. 시스템이 없으니 선수 개인의 투혼에만 의존합니다. 이건 팀 스포츠가 아니라, 1명의 영웅과 10명의 조연이 찍는 드라마나 다름없습니다.




2) '과정'이 무너진 것이 문제다


하지만 팬들이 정말 분노한 지점은 단순히 경기력 때문만이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축구협회의 행정에 있습니다. 지난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을 보며 많은 분이 허탈해하셨을 겁니다. 감독의 역량을 떠나, 뽑는 과정 자체가 투명하지 않았으니까요.


근본적인 원인은 '고인 물'과 같은 폐쇄적인 선거 제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회장을 뽑는 지금의 제도로는 혁신이 불가능합니다. 시스템과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사람은 바뀌어도 문제는 반복될 뿐입니다.



3) 공정하지 않으면 조직은 무너진다


저는 HR 조직문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HR에서는 절차적 공정성을 매우 중요하게 다룹니다. 직원들은 회사 결정의 결과가 다소 아쉽더라도, 그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했다면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채용이나 승진 과정이 불투명하다면 어떨까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리더를 데려와도 구성원들은 그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신뢰가 깨진 조직에서 애사심이나 팀워크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지금 축구 팬들이 등을 돌린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한국 축구에 필요한 건 눈앞의 1승이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채용(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하고, 리더 선출(선거) 제도를 공정하게 바꾸는 것. 그것만이 떠나간 3만 명의 관중, 우리 조직의 '팬'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공정하지 않은 승리에 환호할 팬은 없으니까요.


박지성.jpg


언젠가는 다시, 한일전이 진정한 숙명의 라이벌 경기로서 뜨거워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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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에서 1을 만드는 HR기획자이자 인싸담당자입니다. 일상생활, 책, 기사를 통해 얻은 다양한 HR인사이트를 저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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