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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넷, 자리는 하나'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보고

by 인싸담당자 신민주

지난주,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를 보고 왔습니다.

예고편만 보더라도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과 노동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합니다.


25년간 한 제지공장에서 헌신한 중년 가장 만수는 어느 날 갑작스럽게 대량해고의 당사자가 됩니다.

정규직 관리자인 본인은 구조조정이 내 일은 아니지만 구성원들을 도와주자고 생각했지만,

AI와 자동화의 물결은 관리자조차 예외로 두지 않았습니다.

재취업을 시도하지만 현실은 냉정합니다.

수십 년의 경력도 더 이상 면죄부가 되지 못하는 시대.

결국 면접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며 가계는 긴축 재정으로 내몰립니다.

영화 속 만수의 모습은 곧 "경력이 곧 안전망이 되지 않는 시대"를 보여줍니다.

오히려 이제는 경력보다 깊이 있는 전문성, 그리고 대체될 수 없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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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면 안 되는 자리


영화는 예고편에서도 드러나듯,

"사람은 넷, 자리는 하나"라는 상황 속에서 만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살인을 통해 자리를 만들려는 발상은 단순히 스릴러적 장치라기보다는

그만큼 만수가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자리"를 찾지 못한 절망을 반영하는 듯했습니다.


이 지점은 HR담당자인 저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결국 조직과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구로도 대체 가능한 자리"가 아니라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문성과 차별성이 곧 생존 조건이 된 것이죠.



#HR 시각에서 본 대량해고와 노노갈등


대량해고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조직 전체를 흔듭니다.

해고자들은 "왜 나인가"라는 억울함을 품고,

남아 있는 직원들은 "내일은 내가 아닐까" 하는 불안에 시달릴 것입니다.

결국 같은 노동자들끼리도 경쟁자로 변하며 간접적인 노노갈등이 증폭될 것입니다.


실제로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이 진행될 때,

회사 안팎에서 가장 먼저 생겨나는 긴장도 이런 지점이라고 봅니다.

조직은 이 불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남은 직원들의 몰입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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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의 과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저 역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구성원들이 대체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래서 2026년 사업계획을 준비할때 세 가지 축을 떠올렸습니다.

첫째,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교육훈련 체계

둘째,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맞춘 역량교육 제도

셋째, 위기 속에서도 심리적 안전감을 보장하는 소통과 제도적 장치


회사는 단순히 임금을 주는 곳이 아니라,

개인이 업계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구성원들이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자리"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어쩔 수가 없다'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경력 25년의 제지 전문가 만수조차 좌절하는 모습은,

이제 경력이 아니라 전문성과 차별적 역량이 생존의 조건임을 일깨웁니다.


HR담당자로서 저는 영화가 던진 메시지를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아니라,

"어떻게든 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구성원들에게 줄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HR이 존재해야 할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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