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0, PM 3:30
일본 쿠라시키 현
일본 쿠라시키의 한 건널목에서 이런 사진을 찍으며,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사진의 목적은 무엇인가. 추억하려고 찍는 것일까, 혹은 인스타그램에 올리려고 찍는 것일까.
대학교 1학년일 무렵, 페이스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과 모임을 맺어 영영 끝일 것 같았던 초등학교 동창들과 대규모 동창회를 열기도 했었죠. 실시간으로 근황을 올리고, 열심히 보정한 셀카를 올리면 '좋아요'같은 달콤한 반응들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페이스북의 '좋아요' 개수에 일일이 신경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실시간으로 반응을 체크하고, '좋아요'가 생각보다 적으면 실망하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나 '하트' 같은 한 번의 클릭 같은 행위들이 '나 자신을 증명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순한 인기를 넘어, 내가 한 것들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라고 할까요. 실제로 '좋아요'를 보는 딱 그 순간은 달콤한 초콜릿을 먹은 것처럼 기분 좋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속 사진 한 장이 나 자신을 충분히 설명하고 증명해주고 있을까요? 혹은 친구들과 타인들이 누른 하트 개수가 내가 포착한 순간을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좋아해 주고 있을까요?
저는 오랫동안 (쓸데없는)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지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냐, 네가 SNS 인기스타도 아닌데 왜 그런 고민을 하냐.. 등의 다양하고 가슴 아픈 직설적인 조언을 들었는데도, SNS와 나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퇴사 후 떠난 소중한 이번 여행에서도 이런 생각이 든 것을 보면, 저는 어쩔 수 없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인 인간일 수밖에 없는 걸까요.
제게 여행 사진은 그 날의 풍경, 촉감, 날씨, 분위기,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는 한 장의 세계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소중한 순간순간들이 그저 '인스타그램용 사진'이 되어 버리는 것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 오랜 고민의 답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좋아요'나 '하트' 개수가 올라간다고 해서 나 자신이 명징히 드러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요.
아, 그렇다고 제가 SNS를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에 한 번은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친구들과 지인들의 근황을 합법적으로 '염탐'하고, 친한 친구의 게시글에 웃기는 댓글 한 번씩 달아주기도 하고요. 하와이나 다낭으로 떠난 동기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귀여운 '럽스타그램' 사진에 낄낄거리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SNS를 플랫폼으로써 즐기는 마음일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하트' 개수에 마음이 두근거리는 단순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떠난 여행은 확실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행은 타인에게 보여 주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살아 있게 해주는 일이라고요.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 제 여행 사진을 보고 궁금한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풍경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예쁜 것'을 찍기 위해 찍은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담아내고 싶어 셔터를 눌렀으니까요.
<2017.10.19 일본 오카야마>
일본 오카야마 까마귀성 근처. 아무것도 아닌 사진 같지만, 일본에서 지낸 10여 일 동안 처음으로 푸른 하늘을 목격한 순간입니다. 물론 이 하늘도 2시간을 채 유지하지 못했지만요. 누군가 하늘에 손자욱을 꾹 찍어 놓은 것 같습니다.
<2017.10.25 대만 단수이, 진리대학>
단수이 진리대학에는 나무와 꽃이 참 많았습니다. 한국에선 한 번도 보지 못한 꽃들이 나타나면 꼭 사진에 담아두곤 했습니다. 푸른 잔디밭에 분홍색 별사탕이 한 움큼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2017.10.25 대만 단수이, 진리대학>
친구가 나를 찍은 사진은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특히 꾸며낸 표정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순간을 포착한 사진에서요. 이 사진 속의 저는 붉은 흙색 운동장을 달리는 대학생들을 진심으로 부러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때 다시 대학에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동기 B, C와 많이 했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단수이 진리 대학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느꼈던 대학 캠퍼스의 로망을 그대로 실현해주는 곳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