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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Nov 11. 2017

여행의 의미

일본 오카야마 쿠라시키 미관지구, 나란히 앉아 있는 사람들
당신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텔레비전을 틀면 여행 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서점을 방문하면 수많은 여행책이 전시돼 있습니다. 4학년 문화콘텐츠 수업 때 한 학생이 이런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콘텐츠는 '모두'가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것처럼 말해서, 마치 강요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요. 어느새 부턴가 여행은 유행처럼 번져서, 과시욕을 발현하는 한 부분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에겐 여행 콘텐츠를 매일 접하는 것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또 어떤 사람에게 여행은 아무 의미를 지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월급을 받아서, 여유가 돼서, 영화 촬영지를 꼭 가보고 싶어서, 피로를 풀고 싶어서, 또는 한국을 잠시 떠나고 싶어서... 아니면 이 모든 이유들이 그 자체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 쓰이고 쓰여 이미 닳아 버린 '행복'이라는 단어를 찾으러 어딘 가로 떠나는 거라면, 여행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여행은 생각하고 감각하는 느낌을 되찾기 위해 떠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삶에 아등바등 끼여 살다 보면 무언가를 오래도록 바라보거나,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 쉽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요. 낯선 것들을 마주할 때 얻는 짜릿한 감각들이 우리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듭니다.

일본 교토, 후시미이나리 신사 근처

이번 여행을 통해서 어떤 의미를 찾았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특정한 것을 좇으려 떠난 것이 아니기에 마음은 한결 편안했습니다. 퇴사 후 떠난 여행이므로 '도피처'를 찾아 떠난 여행이라고 명명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내려놓았던 사진이나 글을 쓰기 위해 떠난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사소한 것을 기억해냄과 동시에 완전히 비우려고 떠난 여행이기도 합니다. 여행의 의미를 한 단어로 단정하기엔, 우리 안엔 너무나 수많은 이야기와 사정들이 섞여 있습니다.


결국, 무엇을 위해 떠났던 걸까요.

침잠해 있던 내 안의 수많은 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살아가는 데 분명한 자양분이 될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일본은 내내 비가 왔고, 아끼는 반지를 잃어버렸고, 불친절한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몸이 안 좋아 아무것도 먹지 못한 며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옛날 같으면 마음에 담아두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았을 모든 것들이 긴 여정의 사소한 것들에 지나지 않음을 알기에, 제법 웃으며 넘어갈 줄 아는 여유도 조금 는 것 같습니다. 내 곁을 스치는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이 곳을 방문했을지 상상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같은 곳을 바라보는 연인, 어딘가를 가리키는 아이들, 유카타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관광객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책 한 권을 가슴에 품고 세상에 나왔을 사람들. 저도 그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니, 묘한 따뜻함과 안정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대만 단수이, 노을 위로 뜬 손톱달

'여행'을 어떤 수단이나 목적으로서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듯, 떠나는 사람에게 여행에서의 어떤 의미를 찾으라고 말하는 것도 일종의 강요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모두, 어쨌든 지금보다 더 나은 것을 위해서, 행복을 위해 떠나는 것일 테니까요.


다음에 당신이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 다시 돌아온다면, 그저 잘 다녀왔냐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곳에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일로 인해 얼마나 행복하고 혹은 슬펐는지... 또 어떤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는지, 참 궁금합니다. 얼마나 많은 용기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떠났을까요? 그 소중함과 절실함을 알기에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당신을 살아 있게 한 여행의 순간들은 어떤 순간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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