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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Nov 12. 2017

에필로그

여행, 살아 있는 순간의 기록

어느새 2017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 저는 5년간 동거 동락했던 학교라는 둥지를 떠났고, 새로운 직장에서 새내기 사회 초년생으로 돌아가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그때 당시에는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비행운이 지나 가는 자리


이번 여행은 그동안 제대로 작별을 고하지 못했던 마음속의 찌꺼기들을 비우기 위해서 떠난 것이었습니다. 20여 일 남짓의 여행 기간 낯설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담았고,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과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행도 어느 시점이 되면 일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어서, 제 마음을 수습하고 정리하는 일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붙들어 두었던 마음의 끈이 풀어지면 다시 한국에서 저질렀던 실수들, 꼬여버린 생각들, 허무하게 지나친 인연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세상엔 좋은 이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 와서라도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은 사람들도 떠오릅니다. 일상과 일상 그 중간에 위치한 '여행'이라는 일, 그 움푹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할까요?  


늘 무언가에 쫓겨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기만 해도 불안한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던 대학생 시절,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던 시간, 살아도 죽어 있는 것 같은 순간들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들은 그림자처럼 우리 삶과 함께 동반하기에, 평생 떨쳐낼 수는 없겠죠.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은, 어쩐지 전보다 마음이 훨씬 편안해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 참 잘 다녀왔다!'라고 제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결국 여행을 떠났던 이유는 스물다섯 살의 살아 있는 나를 발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교토, 오카야마, 타이중, 타이페이의 낯선 향기와 감촉들을 느끼며 생생히 살아 있는 나와 우리의 시간을 차곡차곡 접어 두었습니다. 그 작업은 대부분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이루어졌기 때문에 언제든 꺼내볼 수 있겠습니다. 1년 후, 5년 후, 혹은 10년 후에 제가 다시 이 글을 읽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행복해할까, 그리워할까, 혹은 유치하다고 웃어넘길까요? 어쩌면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혹시 당신이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셨다면 참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이 언젠가의 10월, 뺨에 닿는 가을바람을 느끼는 여유를 지니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어디로든 여행을 가셔도 좋을 것 같고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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