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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Oct 27. 2024

[해강의 우주]
프롤로그

  넌 아름다워. 렌이 내 뺨에 손을 얹으며 속삭였다. 그의 손은 나무뿌리처럼 단단하고 차가웠다. 소름이 돋아났지만 최대한 활짝 웃었다. 그는 나의 어머니와 다름없었고, 나의 아름다움은 매번 그를 기쁘게 했으니까. 마주보고 웃어주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구에서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물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그 형태가 어떻게 자라나든 조금씩 변화하기 마련이다. 나의 몸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지고, 골격이 변화하는 동시에 피부와 목소리는 거칠어졌다. 그때부터 렌은 내게, 너는 언제나 아름다워야만 해, 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를 볼 때마다 경이로움과 기쁨으로 넘실거리던 눈동자는 탁하고 어두워져 있었다. 기나긴 아집과 집착의 시작이었다.


  어느 시점부터 나는 변화하지 않았다. 늙지 않았다. 어둡고 습한 방, 일렁이는 수백 개의 촛불, 모가지가 잘린 닭과 돼지의 몸통, 동물의 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비린내. 그리고 하루 종일 귓가를 울리는 렌의 주술과 마법.


  소년은 영원히, 영원히 아름다울 것이다. 


  나는 나의 아름다움을 증오한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단 한 뼘도 자라나지 못한 채, 불멸의 젊음이라는 감옥에 갇혀버렸음으로.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연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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