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의 어느 날들
10월, 일주일 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오전과 오후 내내 도서전장 안에 있어야 해서, 내게 주어진 자유 시간은 새벽, 이른 아침과 캄캄한 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차 적응 이슈로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하는 바람에 출근하기 전 숙소 앞에 있는 공원을 산책할 수 있었다. 독일의 10월은 날씨가 흐리고 춥다고 하는데, 다행히 가끔 해가 모습을 드러내서 아름다운 새벽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개와 함께 산책하는 모습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한국보다 땅덩이가 커서 일까, 곰만한 덩치의 커다란 개들과 함께 하는 반려인들이 많았다. 아이들을 흘끔 흘끔 쳐다보는 일이 참 즐거웠어.
까마귀가 참 많았다. 무리 지어 날아다니며 자유롭게 비행하는, 한 번 터져 참을 수 없는 웃음 소리처럼, 까악까악 울어대던 까마귀 떼.
유럽하면 역시 광장이지.
뢰머 광장은 다양한 일이 일어나는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곳이었다. 들떠보이는 관광객들, 아무리 추워도 테라스에서 식사하는 유럽인들. 조악한 기념품이 반짝이고, 고맙게도 누군가의 연주가 내내 들려온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동상 근처에 앉아 있는데, 한 무리가 피켓을 들고 광장에서 격렬하게 소리쳤다. 그들은 독일어로 말하고 있어서 나는 옆에 있던 독일 할아버지에게 말을 붙였고, 할아버지는 그들이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 후 30분간 대화를 나눴는데, 그러다가 옆에 앉은 호주 커플도 이야기에 동참하게 됐다. 나는 그 날 한국으로,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기다리시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호주 커플은 한 달 휴가의 첫 번째 날이라고 했다. 곧 벨기에로 넘어간다고. 그런 우연하고 사소한 대화가 프랑크푸르트를 더 생동감있는 도시로 만들었다.
출장 중 좋은 소식이 들려와서 내내 마음이 울렁였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종교에 대한 관심과 환상은 많다. 종교는 사람의 일이고, 세상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도, 그 결과가 충분히 좋을 수도, 나쁠수도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종교는 무엇보다 인간적이다. 그런 점이 흥미롭다.
나는 절과 성당을 좋아한다. 그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소란스러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프랑크푸르트 대성당에서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 평소에는 찾지 않아서, 아마 내 소망은 가닿질 않겠지. 그래도 어딘가에 흩어져 있을테니까.
밤이 찾아온 도시.
서울보다 빛이 적어서 눈이 편안했다. (한편으론 침침한 느낌도. 한없이 가라앉는 느낌이 나기도 하겠다.)
떠나는 날, 숙소 창문밖으로 보인 풍경. 9년 전 오스트리아에서도 꼭 같은 구름의 모양을 본 것만 같다.
한국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가는 비행기 안에서 무려 4편의 영화를 봤다.
그 중 하나가 <패스트 라이브즈>. 친구들아, 걱정마. 2024년에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탄대. 진짜라니까?
이탈리아 아델피 출판사 관계자와 미팅을 했고, 당연히 주제는 한강이었다. 관계자가 자랑스럽게 보여준 사진. 트라우마를 섬세히 더듬어 가는 작가가, 사랑과 인간을 믿는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타게 되어 너무 자랑스럽고 기뻤다.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쳤을, 그 영향을 과시하지 않고 겸손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작가라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