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記] 예약되지 않은 자리

어긋난 친밀도의 기록

by 엠제이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아이들 때문이 아니었다.

같은 공간에 오래 머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게 되는, 그런 장소였다.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그곳에 있었고, 비슷한 속도로 친해졌다.


그녀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누군가의 결과를 대신 완성해 주는 일.

나는 그 일을 존중했고, 그래서인지 마음을 쉽게 열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짧은 여행, 갑작스러운 계획, 미리 정하지 않아도 되는 만남들.

관계는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믿었다.


어느 날, 나는 사소한 바람 하나를 말했다.

아주 오래 마음에 두고 있던 것이 있는데, 언젠가 그걸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고.

그녀는 특별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흘려들었을 것이다. 그땐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은 조금씩 달라졌다.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고, 그중 몇은 그녀와 더 자주 어울리게 되었다.

나는 그 흐름을 굳이 붙잡지 않았다. 사람 사이에는 각자의 방향이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다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알게 되었다.

내가 말했던 그 바람과 아주 비슷한 자리가,

전혀 다른 사람에게 이미 건네졌다는 걸.


그 사실 자체보다도,

아무 말 없이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는 점이 마음에 남았다.


나는 오래 고민하다가 말을 꺼냈다.

기대가 있었고, 그래서 조금은 서운했다고.

그 말 이후, 그녀는 달라졌다.


차갑다고 표현하기엔 애매했고,

멀어졌다고 말하기엔 너무 예의 발랐다.

우리는 같은 언어를 쓰지만 다른 문장에 서 있었다.


몇 달 뒤, 그녀에게 큰일이 생겼다.

나는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마음을 전했다.

그녀는 고맙다며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나는 그 초대가,

이야기를 다시 이어볼 수 있다는 신호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끝내 같은 자리에 앉지 않았다.

물리적으로는 가까웠지만, 대화는 항상 한 박자 늦었고

시선은 자주 엇갈렸다.

그날 이후, 연락은 자연스럽게 끊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전에 알던 다른 사람이 이곳에 잠시 머물렀다.

그는 바쁘다며 짧은 시간만 볼 수 있다고 했다.

대신, 다른 사람들과는 이미 충분히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그 말은 설명이었을까,

아니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이었을까.


나는 그 관계들에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 안에 있지 않았던 사람처럼 행동하고 싶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사실들을 직접 듣는 순간마다

마치 내가 빠진 자리가 명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나를 밀어내지 않았는데,

이미 자리가 없는 사람처럼.


요즘 나는 생각한다.

모든 바람이 실현될 필요는 없다고.

말해졌다고 해서,

기억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어떤 관계는

예약되지 않은 자리처럼 사라진다.

그 자리에 앉지 않았다고 해서

내 하루가 무너지는 건 아니다.


나는 이제

누가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보다,

내가 언제 일어났는지를 더 오래 기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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