森夢兼風 — 숲에서 꿈꾸고, 배움과 쉼을 겸하며, 바람처럼 자라는 시간
미국에서는 여름 내내 여행을 떠나거나, 친척들과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도 많다.
조부모 댁에서 몇 주 머물며 시골 생활을 하거나, 사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곧 방학의 추억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미국에 일가친척 없이 우리끼리만 살고 있고,
남편과 나 모두 일하는 부모였기 때문에
장기 여행을 계획하거나, 방학 내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방학이 다가오면 캠프 스케줄을 짜는 일이
일종의 ‘계절 프로젝트’처럼 자리 잡았다.
올해 여름방학, 두 아이를 학습 중심의 썸머캠프에 등록했다.
공립학교 수업에서 느껴졌던 아쉬움을 보완하고 싶었다.
하루 몇 시간이라도 집중력을 유지하고, 여름 동안 학습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랐다.
선택한 곳은 Stratford School의 Academic Bridge 프로그램.
영어와 수학 중심의 오전 수업과, 아트와 프로젝트 활동이 이어지는 오후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과연 이걸 아이들이 재미있게 받아들일까?’ 싶었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아이들은 스스로 수업 이야기를 꺼내고, 과제를 챙기고,
“오늘은 이걸 배웠다”라고 말할 만큼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Stratford를 선택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사립학교 기반의 커리큘럼이 주는 밀도감은 확실히 느껴졌다.
정형화된 수업 틀 안에서도 발표와 활동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학습과 놀이의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사실 학습 중심 사립학교는 우리에게 처음이 아니었다.
작은아이는 Challenger School의 정규 프리스쿨을 다녔다.
그 시기 큰아이는 공립학교에 재학 중이었고,
두 아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육 방향의 차이를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큰아이는 놀이 중심 프리스쿨을 다녀 파닉스를 모른 채 킨더에 입학했지만,
작은아이는 Challenger에서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파닉스와 숫자 감각을 익히고
읽기와 쓰기의 기초까지 갖춘 상태로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이 있어서 여름방학 중엔 Challenger 썸머캠프에도 한 번 더 등록했던 적이 있다.
이번 Stratford 캠프는 보다 창의적이고 부드러운 방식의 학습 경험이었다.
양쪽 모두 학습을 중심에 두되, 접근법과 분위기는 분명히 달랐다.
Stratford는 ‘즐기면서 배우게 하는 힘’이 있었고,
Challenger는 ‘학습의 기본기를 단단히 잡아주는 힘’이 있었다.
문득 이런 상상을 해봤다.
‘썸머캠프’라는 외래어를 한자로 바꾼다면 어떤 의미가 될까?
소리 나는 대로 조합해 보니 이렇게 되었다.
• 森(숲) — 여름날 아이들이 뛰노는 자연
• 夢(꿈) — 배움과 놀이 속에서 자라는 상상
• 兼(겸) — 배우고, 놀고, 쉬는 시간을 모두 담는
• 風(바람) — 자유롭고 생기 있는 여름의 흐름
나만의 조합은,
森夢兼風 — 숲에서 꿈꾸고, 배움과 쉼을 겸하며, 바람처럼 자라는 시간.
아이들의 여름을 설명하는 말로 꽤 괜찮지 않은가 싶다.
캠프는 4주 프로그램이었지만, 둘째 아이가 태권도 전국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서
마지막 주는 부득이하게 빠지게 되었다.
그래도 3주 동안의 흐름만으로도 아이들은 충분히 즐겁고 안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교실에서 시작된 여름 방학이, 아이들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사립학교에서 운영하는 학습 중심 캠프 두 곳을 비교해 봤다.
다음 글에서는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이야기—
숲 캠프와 서핑 캠프를 통해 또 다른 여름의 풍경을 나눌 예정이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캠프는 아니지만 일주일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태권도 전국대회에 참가하는 여정을 함께 기록해 볼 생각이다.
아이들의 여름을 채운 다양한 경험들을,
하나의 시리즈로 이어가며 천천히 펼쳐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