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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니 Oct 26. 2022

낙하산이란 스펙

스타트업 취업

코로나로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시장이 꿈틀 대기 시작했고 코로나로 닥칠 위험을 감지하고 나이 45세에 생계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찾아봤다. 때마침 블로그를 하면 재택으로도 월 백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 시작하게 되었다. 블로그 강의를 듣고 배운 대로 로직을 이해하며 글을 썼다. 솔직히 블로그는 마음대로 할 수 있기에 말을 잘 들을 줄 알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월 백은 택도 없었다. 애드포스트 승인이 나고 돈을 좀 버나 싶었지만 어제 찍은 광고료는 65원. 이건 아니다.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블로그를 놓을 수 없었던 건 블로그에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여전히 블로그로 돈을 번다는 사람은 존재했기그림의 떡 마냥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다양한 케이스들을 접하고 알게 된 사실은 그들은 블로그가 주가 되어 돈을 번다기보다는 블로그를 수단으로 '이용'해서 돈을 번다는 것이다.


비록 블로그로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온, 오프라인으로 다양한 프로젝트형 수업을 들으며 꾸준히 SNS를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름의 인맥으로 유지되기도 했다. 지금의 나이에 새로운 사람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하니 신기하게도 새로운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결국 사람이 남는다는 말이 이때 하는 말인가 싶었다.


한 온라인 프로젝트에서 1인 기업가인 그녀를 만났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선을 지켰고, 거래는 매우 깔끔했다. 본인의 의사표현을 정확한 언어로 전달했다. 절대 모호하지 않았다. 동시에 상대를 기분 상하게 하지 않았다. 실행하는 데 거침이 없으며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았다. 용기가 있는 여자였다.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며 끊임없이 노력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면 언니라고 부르며 쫓아다니면서 그녀의 모든 걸 따라 하고 배우고 싶었다.


온라인 프로그램을 계기로 그녀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운영 스텝을 지원해 활동도 했다. 그녀가 궁금했고 닮고 싶었다. 가능한 한 그녀와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만 노력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운영 스텝 지원을 고민할 때 내 팔짱을 끼며 운영 스텝 지원을 독려했다. 그게 뭐라고 난 무척 감사했다. 운영 스텝을 한 후 고정급이나 어떤 보수를 바라지 않았고 맡은 일은 책임감 있게 수행했다. 지만 다양한 형태로 적정하게 서로 부담되지 않는 어떤 선을 지켜 보상을 받았고 그런 점들이 나를 섭섭하지 않게 만들었다. 내가 그녀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녀는 입버릇처럼 스타트업을 시작할 거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어느 새 스타트업 대표가 되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톡이 왔다. 회사에서 임신 휴직 예정인 직원의 업무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콘텐츠 기획 업무를 제안했다. 과거 그녀가 내 블로그 포스팅이나 인스타그램 피드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했던 게 기억이 났지만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와 몇가지 일을 같이 진행하며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성이나 목표를 잘 알고 있기바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요구되는 스펙이 필요하다. 관련 경험과 자격증은 필수고 대인관계나 소통능력 역시 필수요건이다. 동시에 대표 혹은 회사의 생각이나 가치를 잘 읽어내고 그 방향대로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동안은 이런 무형의 사상이나 생각들이 그저 회사의 허울 좋은 이미지를 내세우기 위한 조건이라 생각했었다. 같은 생각과 사상으로 전쟁을 시작할 수도 있고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는데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다. 어떠한 일을 도모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는 바로 그런 무형의 가치들인것이다. 


스스로 낙하산이라 비하하며 45세에 취업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했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취업의 요소에 부합하는게 있었으니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낙하산으로 취업이 되는 사람들은 적어도 그러한 믿음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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