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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니 Sep 19. 2022

스타트업에서 협업을 통해 알게 된 점

그리고 의심의 연속.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가 대형 프로젝트 업무를 대행하게 되면서 나도 포함되었다. 기존에 회사 업무에서 내가 관여하는 부분은 홍보와 아카이브의 목적으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콘텐츠 제작이 전부였다. 이번 프로젝트도 그런 줄 알았고, 콘텐츠 제작 외에 신경 써야 하는 다양한 일이 있는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일이 진행될수록 무언가 복잡한 내부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을 가르쳐주던 사수는 임신휴직 상태였고, 물어볼 곳 없이 'A사 대행 B사 주관 C사 후원'이라는 복잡한 구조에서 알아서 해야 했다. B사와 C사 둘 중 어디도 중요하지 않은 회사가 없었다. C사의 후원이 절대적인 프로젝트라 C사의 요구사항은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면서 B사의 컨펌을 받아 동시에 진행되었다. 내가 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직원은 B 사의 직원이었고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협업 시 놓쳤던 두 가지를 정리해본다.


첫 번째 힘의 방향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힘의 방향을 오해한 이유

내 맘대로 가 아니라 맞는 답을 찾는 게 중요했다. 이건 확실하게 정답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난 힘의 방향을 A(대행)<B(주관)<C(후원)라고 세팅했다. C사의 후원 없이는 이 프로젝트는 진행이 불가능 하기에 돈을 주는 사람이 힘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 단순한 논리였다. 하지만 업무에서는 단순히 돈의 힘만 작용하지 않았다. 특히 나 같은 신입에겐 더더욱 그렇다. 큰 그림을 알고는 있되 현재 내가 처한 상황 파악이 더 중요했다. 처음 나의 세팅은 틀린 답이었다. 나의 업무에서는 A <C <B 였고,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은 B와 이루어지기에 A <B의 상황이었다. 먼저 힘의 크기를 제대로 인지하고 세팅했어야 했는데 난 A <B <C로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착각하게 된 건 C사에서 나를 만나고 싶어 하면서 시작되었다. 콘텐츠 계획 내용이 궁금하다고 해서 난 계획을 하고 온라인으로 PT까지 했다. 그렇기에 C사에서 관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다. 반면에 B사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연락해야 연락 오는 정도였고,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없는 거처럼 보였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했던가 이 상황이 정확히 그랬다.  


잘못된 세팅으로 벌어진 상황과 의심의 시작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은 음성통화, 문자, 이메일로 이루어졌다. 물론 대부분 이메일로 이루어지다 보니 전화통 화면 바로 진행될 일이 하루 이틀 늦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전화를 하고 싶지만 전적으로 B사의 직원이 우리 일을 도와주는(?) 형국이라 판단했고 전화를 해서 그들의 업무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분위기를 감지했다. 그런 와중에 반갑게도 B사의 직원에게 처음으로 전화가 왔다. 이메일 답장을 기다리며 답답해서 전화했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즉각적인 정보를 주지 않아 답답해서 경고류의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었다고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B사의 직원과 업무 얘기를 하는 도중 난 친근함을 느꼈다. 그 후 몇 번의 전화통화를 통해서 내가 묻지도 않은 내용을 얘기하며 조언을 해주어 가뭄에 단비 같다는 생각도 했다. 왠지 내가 궁금한 걸 물어보면 답을 해줄 거란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난 조언을 받는다고 생각했지만 업무에 지장을 주는 과도한 질문을 했다며 경고를 들었다. 뒤통수를 맞았다는 게 이런 상황일까 싶었다. B사의 일개 직원이 과도한 갑질을 한다고도 느꼈다. 하지만 작은 대행사의 입장에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서야 힘의 방향을 다시 세팅했고 커뮤니케이션의 스탠스를 완전히 바꿨다. 이때부터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의심이 시작됐다.


두 번째 나와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하는
협업사의 포지션을 명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포지션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결과로 지연되는 홍보와 계속되는 의심. 

여전히 헤매는 상황에서 주관사인 B사의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프로젝트 홍보를 하기 위해 협조 요청을 했다. B사에서는 페이스북을 이용해 광고를 해야 하며 그 절차가 복잡하니 관리자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그 권한으로 알아서 하라는 입장을 취했고 나도 그게 편할 거 같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생각 이상으로 복잡했다. 관리자 권한을 받은 계정에서 광고를 할 수 없었고, 페이스북 고객센터에서 안내하는 대로 인스타그램 계정 연결을 시도했지만 되지 않았다. 어디 물어볼 데도, 아는 사람도 없었다. B사에서는 초대 메일이나 메시지에 수락을 해야 가능하다고 해서 찾아봤지만 그 어디에도 그런 메시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검색해서 관련 포스팅에 댓글 문의를 해도 거시적인 답변이나 유료 상담을 하라는 안내만 받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시간은 가고 누군가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아니 내가 못하면 누군가 해줄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이런 착각은 행사 홍보만 늦출 뿐이었다. 이런 일도 처음이고 또 오랜만에 일을 해보니 어쩔 수 없이 나의 무능을 실감했다. 프로젝트 PM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행사 참여 신청이 저조해서 답답해했고, 나 역시 그 책임이 온전히 인스타그램 광고 지연 때문이 아닌가 싶어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게다가 같이 프로젝트를 하는 나이 어린 선배 직원은 지난해 프로젝트 참여자의 신청 경로가 인스타그램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그러면서 이렇게 지연된 건 B사의 책임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 말이 맞는 걸까? 의도하는 바는 무엇일까? 또 의심했다.


B사에게 '그냥 홍보해줘 간단하잖아.'라고 수없이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말했다가 전처럼 과도하게 업무방해를 했다는 얘기를 들을까 우려되어 혼자 동동거리고 있었다. B사가 우리를 도와주는 입장인지, 당연히 해주어야 하는 일인지 알아야 했다. 당연히 해주어야 한다면 우리보다 힘이 세더라도 내가 너무 사정하듯 요청할 필요도 없고 이렇게 혼자서 속 끓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조금 당당해지고 싶었다. 워낙에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이라 매사에 내가 조금 손해를 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기에 일할 때도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게 느껴져 조금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나이 어린 선배 직원은 그 일은 B사에서 해주기로 했으니 당당히 얘기해도 된다고 조언을 했다. 난 의심했다. 이 말을 믿어도 될까? 난 들은 적이 없는데.. 이 정도는 그냥 눈치코치로 알아야 하는 것인가? 이제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B사의 적극적인 협조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B사의 도움이 순조롭지 않다는 명분을 만들어 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페이스북 고객센터가 메신저로 나마 연결이 되었고 답답하긴 했지만 내가 얻고자 하는 답을 얻었다. 그 답을 캡처해 이메일로 송부하며 B사에서 준 권한을 우리가 왜 사용할 수 없는지 풀어냈다. 결국 B사에서 직접 광고를 집행해주기로 했다. 일주일 남짓 시간을 끌던 인스타그램 광고 문제는 이렇게 일단락이 되었다. 행사 시작 14일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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