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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니 Oct 04. 2022

45세 신입의 미래는 00 뿐이다?

45세 신입의 커리어 설계는?

내달 말일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서비스 종료라는 말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수명을 의미하는 것처럼 목을 조여왔다.

평소 알고 있던 두 군데의 스타트업 회사가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메시지였다. 한 군데는 위커넥트로 현재 우리 회사가 벤치마킹하기도 하는 곳이었고, 다른 한 곳은 스여일삶으로 일을 하며 알게 된 회사이다. 두 회사 모두 평소 콘텐츠 기획을 하는데 도움을 받고 있었다.


동시에 우리 회사는 괜찮을까?라고 자문하게 되었다. 일을 시작하며 이렇게 걱정이 하나 늘었다. 회사의 살림을 책임지는 직원분께 "우리 회사 괜찮아요?"라고 묻기도 하고. 명함을 신청하라고 하는 직원에게 난 필요 없으니 돈을 아끼자 말했었다. 그 직원의 "어차피 2만 원 밖에 안 해요."라는 말에 굳이 필요 없는 걸 2만 원이란 비용을 들여야 할 이유는 없다고 버럭 할뻔했다. 20대 직원과 다르게 45세 신입에게는 이 회사의 생존이 절박하다. 동시에 회사에 나를 언제까지 맡겨도 좋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하게 된다. 그 어디에도 믿을 수 있는 회사는 없으며 그건 45세 신입에게도 2030 팀장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이 조금은 위로가 된다.


45세 신입의 커리어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 배우느라 정신없는 평범한 5개월 차 신입에게 다음 스텝을 위한 커리어 설계란 말은 사치일지 모르지만 오늘내일하는 스타트업의 신입, 그것도 45세의 커리어 설계는 바로 내일의 준비와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처럼 이직을 통한 커리어 설계는 꿈꾸지 않는다. 그 어디에도 45세인 날 뽑아주는 회사가 존재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신입보다는 대표가 더 쉽기에 더 이상 누구에 의해 뽑혀 발전하길 기대하지 않는다. 게다가 콘텐츠 기획이란 일이 재미있지만 그 일을 돈으로 만들어 낼 만큼의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회사가 문 닫지 않고 한동안 영위해주었으면 하는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바람이 바로 여기에 있다. 회사 내에 있을 때 가장 빨리 발전할 수 있고 믿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대단한 커리어를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아니라 일을 통해 실력을 키우고 스스로 부가적인 향을 정립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니 현재 업무에서 좀 더 확장시켜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가서 매우 바빠 보이는 직원의 업무 일부를 맡아서 하겠다고 나섰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바이럴 하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 중인데 그 과정을 전부 내가 수행하고자 맘먹었다. 그 직원은 선뜻하시라고 말했고, 그 외에도 다른 일도 해보겠냐며 은근슬쩍 본인이 하기 싫은 귀찮은 일을 나에게 전가했다. 그것마저도 수락했고 자잘한 업무가 많아졌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동시에 싫어하는 것도 딸려 오는 1+1을 감내한다. 이렇게 하는 게 옳은 방법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나의 경험치가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 일 저일 쓸데없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일단은 다양한 업무를 섭렵해보려 한다. 지금 내가 살 수 있는 길은 매우 적극적으로 다양한 경험치를 만들어 내는 것뿐이란 생각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그 누구도 나에게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기에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 45세 신입의 커리어에 무게감을 실어주길 바라지만, 언제나 그렇듯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지금이 25세인 것처럼 행동하며 최선을 다하고, 내일 오늘의 나보다 발전하면 된다. 45세이기에 절박하지만 45세이기에 속도를 조절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절제력이 있다. 언젠가 모임에 아직 도착하지 않은 친구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천천히 빨리 와." 그 말이 무슨 말이냐며 모두 깔깔대고 웃었지만 우리 모두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지금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45세 신입 입사한 지 5개월 차에 회사 밖에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45세 신입의 미래는 대표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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