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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니 Oct 28. 2022

45세 최고령의 취업기가 다음에 걸리는 이유?

45세 최고령을 내세우는 나의 속마음.

회사에서 운영하는 창업가 대표들의 커뮤니티 모임의 진행을 맡았다. 창업가 대표들 각자 기업의 소개와 더불어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고군분투하며 한 회사를 이끌고 있는 대표들 대부분 나보다 어렸다. 20명 중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은 딱 한 분. 제 어디에 가도 난 그 집단의 평균 나이를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5개월째. 맥가이버를 모르거나 혹은 들어본 적이 있다는 직원들과 일을 하고 있다. 문득 궁금했다. 도대체 내 나이의 사람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미 위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어 보기 힘든가? 다 이루어 더 이상 할 것이 없기에 조용히 지내고 있는 것일까? 동네 체육 센터에 모여 다 같이 수영 강습을 받고 헬스를 하며 건강한 노후를 준비하고 있을까? 45세에 스타트업에 취업을 하고 일을 한다는 사실이 이상한 것인가?


도대체 45세 최고령의 취업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45세의 스타트업 취업기를 쓰면서 많지 않은 글 8개 중 2개의 글이 다음에 걸리는 영광을 맞이했다. 조회수는 물론이고 구독자까지 생기면서 글 쓰는 맛을 톡톡히 느끼고 있다. 유독 '45세'와 '최고령'에 관련 있는 글만 선택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45세의 취업이 정말 그렇게 신기하고 희박하며 어려운 일인가 싶었다. 이 글을 쓴 나도, 읽은 사람도, 다음 메인에 걸어준 누군가도 혹은 AI 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AI 조차도 45세가 취업하기에는 쉽지 않은 나이임을 모두 인정한다고 믿었다.


내 글에 다시금 읽으면서 오래 생각하게 된 건 그 글에 달리는 댓글을 확인하면서부터 였다. '응원합니다'가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남은 인생을 응원한다는 댓글도 있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그 댓글이 마냥 감사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깨닫게 된 사실은 그들은 내가 45세이기 때문에 위로하고 응원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었다. 그들이 위로하고 응원하는 대상은 바로 45세란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었다.


정작 그 글을 쓰는 나는 내 나이가 많지 않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거 같다. 스스로 많다고 말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나이가 뭐가 많냐는 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유방암으로 입원한 40대 환자에게 주위에 같이 입원한 80대로 보이는 고령의 환자들은 그녀가 젊기 때문에 가슴이 없어도 이쁘다며 젊으면 무조건 이쁘다고 말한다. 나의 해방 일지에서는 어린 시절의 옆에 같이 있어주고 싶다는 미정의 말에 구 씨는 내 나이 90이면 지금은 애기라며 같이 있어주고 있다고 말한다. 드라마처럼 날 위로해줄 대상을 찾고 있었나 싶었다. 늦어도 많이 늦은 시기라고 나이 많음을 한탄하고 애석해하는 내게 눈이 띈 위로의 글도 하나가 있다. 소설가 백영옥의 말과 글 '나이 듦 수업'의 일부분이다.

 '2009년 유엔은 호모 헌드레드 시대를 선포했다. 70세를 기대수명으로 생애 주기를 결정했던 예전과 달리 100세를 새로운 주기로 삼은 것이다. 현재 나이에 0.7을 곱해야 한다는 말인데 지금 60세는 예전 기준으로 하면 42세인 셈이다.'


이 계산대로면 난 30대 초반이다. 이렇게라도 나 자신 위로하며 나이에 대한 잡념을 없애고 싶지만 솔직히 그 어떤 거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내 나이 45세는 죄 없이 나를 만나 엄한 위로를 받는게 억울할 것이다. 이런 때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냥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난 내일모레 곧 50이 되는 45세이다. 45세가 뭐 어떠냐? 많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많은 나이긴 하지만 또 많지 않은 나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내 나이가 문제인데 막상 45세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놀랍게도 과거와 달리 지혜로워졌다 생각을 하기도 하니 나이를 헛먹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여전히 젊고 건강하다는 사실이다.


이제부터는 나이를 잊되 좀 더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이가 많아서 나잇값을 못한다는 얘길 들을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나잇값을 못한다는 말을 들어도 괜찮다는 생각도 해본다. 운이 좋아 이 글이 또다시 노출이 된다면 누군가는 역시 응원한다는 위로의 댓글을 남길 수도 있다. 그렇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들에게 여전히 난 45세가 많은 나이라고 한탄하는 사람으로 보일 테니 말이다. 내가 생각을 바꿔 진심으로 내 나이를 사랑하는 글을 쓰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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