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해외취업 도전기 #1
2022년부터 호주에서 해외취업에 도전한 이야기.
전공을 살려서 회계 인턴을 시작으로,
공유 오피스, 카페, 레스토랑, 티 룸, 결혼식,
5성급 호텔 수영장,
그리고 졸업 후 외국계 회사에 취업했다.
많은 곳에서 일해본 만큼
꽤 많은 이력서를 만들고 면접을 봤다.
현실적으로 유학생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은
주로 진입장벽이 낮은 직종의 파트타임이지만
그래도 꽤 많은 기회와 옵션이 있었고
많은 것들을 느끼고 경험해 볼 수 있었다.
호주는 작은 회계/세무 사무소가 엄청 많다.
작은 회사들은 특히 동양인 중국, 인도, 한국인 출신의 직원이 많고
주로 비슷한 인종끼리 채용하고 일한다.
인턴십은 주로 Gumtree, 아주 가끔 seek.com에서
그리고 한인회사는 호주나라에 종종 올라왔다.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회사들일수록
채용 과정이 캐주얼한 편인 것 같다.
이메일로 이력서를 보내면 전화 문자로 연락이 온다.
당시 올라온 대부분의 인턴십에 지원했고
연락 왔던 곳들이 생각보다 꽤 있었는데
그중 위치가 시티이고 검색하면 나오는 회사 정도
그리고 중국 회계사무소 위주로 면접을 봤다.
나의 경우 중국어는 못하지만 중국에 거주했던 점을 어필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사실상
인턴 기간 동안 무급인 경우가 보통인듯했고
내가 인턴으로 일했던 회사는
당시 최저시급보다 조금 아래인 18불 정도를 주셨다.
합법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파트타임이기도 하고 경험 자체가 목적이어서
내겐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좀 더 규모가 크고 이름이 있는 회사에 지원해 볼 수도 있었지만,
잘 뽑지 않기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경력도 학교도 애매한
외국인 유학생을 인턴으로 뽑아줄 이유가 없었다.
또 호주 취업은 지인 추천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턴을 하고자 한다면 구직 사이트를 찾아보기보다,
학교에서 연계된 인턴십 프로그램을 참여하거나
지인, 전공 교수님께 부탁하면 쉽게 연결될 수도 있다.
회계의 경우 전공 교수 대부분 회계사이거나
개인회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굳이 맨땅에 헤딩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
아직 전공에 대한 확신이 없던 상태라
지인을 통해 부탁하는 게 조금 조심스러웠다.
석사과정이긴 했지만 회계 관련 지식이 부족했고
그래서 면접에서 내세울 것은 열심히 배우겠다는 학생의 자세밖에 없었다.
그것이 통했는지 좋게 봐주셨고 운이 좋게 세무 사무소에서 일하게 되었다.
사장과 직원 두 명 정도의 작은 세무 사무소였고
사장님은 한국인 듯했지만 영어 중국어만을 사용하셨고
대부분의 직원과 고객은 중국인이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모두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으로
개인주의적인 분위기였다.
일과 관련한 대화 말고는
따로 친목이나 개인적인 교류가 아예 없었다.
첫날 점심시간의 치킨 회식 말고는
그냥 가끔 커피를 쏘시는 정도였다.
조금 삭막하고 지루할 때도 있었지만
파워내향인인 나는 그런 분위기가 오히려 더 편했다.
사장님 직원 모두 조용했지만 굉장히 호의적이었고
사실상 좋은 롤모델도 있었다.
직원 중 비슷한 나이 대의 중국계 말레이시아 친구가 있었는데
나처럼 인턴십으로 들어와서 정직원으로 전환한 케이스였다.
어쩌면 회계 그리고 중국어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호기롭게 도전한 회계 인턴십은
2개월 기간으로 짧게 끝이 났고,
결론적으로 회계는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회계 부서의 수요는 분명 있지만 정적이고 보수적인
특성상 쉽게 흥미를 느끼기 힘든 분야 이긴 하다.
꽤 숫자에 강하다고 생각했고,
수업을 들을 때도 흥미까진 아니어도 할만했다.
실무에선 숫자, 엑셀, 영수증, 적막한 사무실이라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전공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
그리고 무엇보다 배움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사장님이 회계 관련 공부를 따로 하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관련 질문이 있을까 물어봤을 때도.
일에 대한 동기부여는 결국 나의 몫이었다.
소극적이게 되는 나의 모습이 너무 답답했다.
나에게 분명 좋은 기회임은 맞는데,
왠지 자꾸만 시간을 낭비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역시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만 하는 건가?
그렇게 싱겁게도 인턴십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끝이 났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과정이 좋은 경험이었다.
호주에 온 이유도, 회계 유학을 선택한 것도, 일을 하면서
내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의지, 마음의 크기, 나의 가치관도 결국
직접 부딪혀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