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한 달 살기

여행하듯 살아보기, 발리

by 민지글


한 달 살기

사실 발리 = 신혼여행지인 줄만 알았는데 가족여행이나 친구끼리, 또 혼자서도 많이들 가는 듯하다.

호주에서도 직항이 있을 정도로 한국만큼 인기 여행지이다. 2024년에 떠난 한 달 살기는 일단 그냥 옛날부터 하고 싶었다. 로망이었고 타이밍이 딱 맞았다. 마침 졸업을 했고, 지쳤고, 떠나고 싶었고, 정리하고 싶고, 가벼워지고 싶었다. 앞만 보고 달리기만 했던 과정에서 멈추고 복잡해진 내 마음과 상황을 정리하고 싶었다.


졸업을 앞둔 학생이라 시간과 의지는 충분했지만 문제는 모아둔 돈도 없었다. 나의 선택엔 뭔가 늘 심리적 부담감이 따랐기에 용기도 부족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돈만 있으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3개월 동안 열심히 모은 뒤 떠났다.



발리 (2024)


좀 더 알아보고 계획했었다면 더 힐링하고 충전했을 수도 있었을까.

'발리'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에 가려져 발리가 동남아시아라는 사실을 잊었던 것 같다. 기대치가 높았던 탓이었는지 솔직히 그냥 그랬다. 힐링과 쉼표가 필요했던 나에게 그냥 시끄러운 동남아였고 덥고 불편한 일들이 가득했다.


물론 싸고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해변과 자연, 친절한 사람들이 좋긴 했지만 숨 막히는 고온다습한 날씨와 시끄러운 오토바이 매연과 담배, 호객행위에 점점 예민해지는 내가 낯설었다. 분명 베트남에서 살 땐 이런 덥고 습한 날씨와 복작거리는 분위기가 좋기만 했는데, 달라진 나의 감정과 모습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너무 도시 사람이 되어 버린 건지, 체질이 바뀐 건지, 지친 건지, 늙은 건지.




한 달 쉬기

뭐 사실 말이 한 달 살기였지만 나에겐 한 달 쉬기였다. 졸업한 백수의 한 달 살이.

내가 생각했던 힐링 여행만은 아니었지만 나에겐 이곳에 왔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정확히 말하면 뭔가 나만의 성취를 마친 후 그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계획하기 위한 휴식 시간이었으면 했다. 온전히 나만의 공간에서 나를 위해 충분히 시간을 쏟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어떤 형태이든 감정이든 여행은 언제나 나를 좀 더 알아가고 생생한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나만 생각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 오랜만의 여행이라 언제나 그렇듯 잊고 있었던 나를 더 알게 된 시간이었다. 한 달 동안 끊임없이 생각하고, 글을 쓰고, 요가를 하고, 서핑을 하고, 다음 계획을 준비했다.


다음에 발리에 올 땐 돈 생각 안 하고 관광하기, 그리고 요가 자격증도 따러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싱가포르 (2018)


일해보고 싶은 곳, 싱가포르

그 외에 개인적으로 아시아의 금융 허브라고 불리는 싱가포르나 홍콩에서 한 번쯤 일해보고 싶었다.

홍콩은 가보진 않았지만 싱가포르는 서울과 정말 비슷한데 작고 깨끗한 미래도시 국제도시 버전으로 물론 날씨가 조금 아쉽고 크기도 작고 한국만큼 경쟁적이고 물질적이긴 하겠지만 안전과 화려함을 갖춘 곳으로 여성의 만족도가 높을 도시라고 생각한다.


동양인 여성으로서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현실적으로 도전해 볼만한 도시라고 해야 할까. 물론 싱가포르는 직접 살아보진 않고 여행에서의 느낌, 오랫동안 관심 있어서 구글링해 본 것이 전부라 현실은 정확하진 않겠지만 금융 IT 분야 등의 커리어 발전을 꿈꾸는 싱글 도시 여성의 맞춤 도시라고 느꼈다. 굳이 안전성에 중요도를 크게 두지는 않는 편이지만 확실히 한국보단 안전하다고 느끼긴 했다.


안전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상 살면서 위협을 느낀 대상이 거의 동양인 남성이라 딱히 비슷한 인종이라는 이유로 국가가 전체적으로 안전한 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싱가포르는 밤늦게 돌아다녀도 아무 일 없는 안전한 곳이었다. 언어의 경우도 중국인 비율이 높긴 하지만 그래서 인종차별이 없고 완벽하지 않는 영어로 충분히 의사소통을 한다는 점이 좋았다.


그래서 나의 야무진 계획은 전공을 살려서 호주에서 싱가포르나 홍콩으로 넘어가야겠다는 1차 목표가 있었지만 역시나 인생은 계획대로 생각대로 되지는 않는다. 계속 해외취업과 해외살이가 목표였다면 충분히 도전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또 다른 목표가 생겨서 보류 중이지만 혹시 기회가 생긴다면 일해보고 싶다. 물론 비자부터 여러 현실적인 문제나 상황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동양인 여성으로서 국제적이고 영향력 있는 도시인 화려하고 안전한 싱가포르나 홍콩에서 일해보는 경험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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