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해외주재원

여행하듯 살아보기, 하노이

by 민지글


해외주재원과 졸부..?

베트남에서 또한 중국과 비슷하게 가족이 해외 주재원으로 거주하게 되어서 방문하고 살아볼 기회가 있었다. 나는 당시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방학 기간 동안에 자주 들락날락하거나 휴학하고 빌붙어서 꽤 오래 있을 기회가 있었다.


표현이 좀 웃기긴 하지만 왠지 졸부가 된 느낌이 들었다. 중국에서도 살 때도 인건비가 저렴한 편이라서 살짝 경험해 보긴 했지만, 한국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평범한 월급쟁이도 이곳에선 좀 넉넉하게 살아갈 수가 있다. 물론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은 가족의 희생 덕분이겠지만.


갑자기 고급 아파트, 가정도우미, 개인 기사가 생겨버리는 모습과 상황이 상당히 어색했다. 하루아침에 신분 상승을 한 졸부의 기분이었다. 나는 단기 거주자여서 그런 상황들이 더 낯설었던 것 같다. 방에서 쉬는데 청소하는 분이 계시면 괜히 자리를 비켜주게 되고, 주말 저녁에 외식하는데 기사님이 밖에서 기다리고 계시고, 문도 열어주고, 짐도 들어주고. 이게 뭔가 싶었다. 개인적으로 딱히 좋지도 않고 불편하기만 했다. 역시 나는 뼛속까지 서민인가 보다.




동남아 한류

동남아시아에서의 한류는 특히 정말 강력하다고 느꼈다. 물론 한국이 워낙 유행에 민감하고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뭔가 한 텀 늦게 뒤늦게 유행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또 그 당시는 중국에서의 강남스타일처럼 한국 축구 감독의 활약이 있었던 시기라서 좋은 이미지가 가득했다. 마치 서양 사람들이 동양에 와서 경험하게 되는 대우와 친절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달까. 멀리 나가면 동양인이라고 인종차별 당하기만 하는데 역으로 한국인이라고 좋아해 주니 신기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 그렇진 않겠지만 뭔가 이곳 사람들에게 한국의 모든 것들이 조금 미화된 느낌이었다.




기회의 땅?

개발도상국이지만 전체적으로 인구가 많고 젊어서 기회의 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당시 베트남에 있으면서 베트남어라도 배워볼까 학교를 다녀볼까 알아보기는 했지만 딱히 흥미가 생기진 않았던 것 같다. 아무리 사람들이 친절하고 한국에서보다 넉넉하게 살 수 있고 전망이 좋더라도, 개인적으로 베트남의 문화적인 부분도 그렇고 마주했던 한국 어른들의 수준이 영 별로였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주로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어른들을 보면 특히 현지인에게 너무 막 대하거나 한식당에서 특히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술 마시고 왕이 되어서 괜히 큰소리치거나 딸 뻘 대학생들에게 행하는 만행들을 보고 같은 한국인인 게 부끄러워지는 어글리 코리안 개저씨들이 너무 많이 보였다. 한국에서 살면서 얻지 못한 지위나 느꼈던 박탈감을 안 좋은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수준 낮은 어른들이 꽤 많다고 느꼈다. 기회의 땅인 만큼 어쩔 수 없는 동남아시아의 이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노이의 장면들

그래도 당시 하노이는 매력적이었다.


습하고 따가운 햇살, 오토바이의 향연, 카트라이더 실사판, 싸고 맛나고 위험한(?) 길거리 음식, 코코넛 커피와 에그 커피, 작지만 강한 생활력 강한 여자들, 오토바이에서 낮잠 자는 남자들, 어린 부부들, 순박한 사람들.


해외에 나와서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특히 호주에서 베트남과 태국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내가 만난 베트남 여자 친구들은 굉장히 똑똑하고 야무지고 생활력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부분 20대 초반 정도에 굉장히 일찍 결혼을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아시아 문화권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정이 많고 관계주의적인 특징 때문에 한국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또 한류 때문에 한국 사람에 대해 굉장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특히나 베트남 친구들을 사귀기 쉬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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