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의 꿈(2)
승무원이 되고자 경력을 쌓기 위해
호텔리어로 취업하고자 했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잠실의 작은 호스텔의 프론트였다.
하지만 코로나가 생각보다 길어지자 호스텔은 점점 모텔로 둔갑하게 되고,
승무원 정리해고 기사들이 나오며 점점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해외에서 살면서 해외취업을 하고 싶었기에
승무원의 꿈은 잠시 보류하고
플랜 b였던 호주 유학을 선택했다.
호스텔과 학원 프론트 아르바이트 경력을 살려
호주 5성급 호텔, 레스토랑, 수영장, 카지노 딜러 등
포지션에 면접을 보거나 일해볼 기회가 있었다.
호주에서 서비스직은 진입장벽이 낮기도 하고
외국인 유학생이나 워홀러들이 많이 일하는 편이다.
당시 코로나 직후라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고
일을 구하기 수월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수많은 면접을 보고 실제로 호텔에서 일을 할 때
혼자 준비했던 승무원 면접 준비가 꽤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일했었던 크라운 Crown 호텔은
더 스타 The Star와 함께 호주에서 오래된 카지노 겸 호텔이다.
크라운 Crown 호텔은 시드니, 멜버른, 퍼스에 있고
멜버른과 퍼스에서는 호텔보다는 카지노가 메인이라서 규모는 크고,
시드니는 규모가 작은 대신 층수가 높아서
호텔 퀄리티와 고급 레스토랑에 더 힘을 쓴 느낌이다.
많은 5성급 호텔들 면접을 보면서 가장 충격받은 점은,
보이는 부분과 객실은 세상 화려하고 고급스러운데 반해
일하는 직원들의 공간은 정말 열약하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크라운 시드니는 유일한 신축 건물이라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깨끗했고 직원 식당 퀄리티와 유니폼이 예뻤다.
크라운 시드니의 야외수영장에서 8개월 정도 파트타임으로 일했다.
수영장이라서 겉보기엔 재미있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5성급 호텔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 때문인지 그만큼의 스트레스가 있었다.
일 자체는 단순했지만 파워 내향인인 나에게 적응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초반엔 실수도 많이 하고 무시당하고 울기도 했다.
물론 그만큼 좋은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며 나름의 사회성과 경험치도 얻었고
시간이 지나니 인정받는 순간들이 오기도 했다.
가난한 외국인 유학생의 신분으로는 가보지 못했을
세상 화려하고 비싼 곳들에서 일하면서 시각적인 재미가 쏠쏠했다.
인피니티 풀, 카바나, 수영복, 라이프가드,
불꽃놀이, 이벤트, 칵테일, DJ 등등
좋은 추억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야외 수영장이다 보니 아무리 선크림을 발라도 호주의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없었고,
일하면서 자연 태닝이 되어 웃기게도 팔과 다리만 선명한 브라우니가 되었다.
또 매일의 여름밤 오색빛깔 선셋은 너무 아름다웠다.
호텔 수영장에서 일해 보면서 그리고 호주에서 지내면서
외항사 승무원 꿈을 더 이상 꾸지 않게 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여행이 예전만큼 즐겁지 않게 되었다는 점과 생각보다 저질체력임을 깨달았고,
생각보다 내가 많이 내성적인 인간이라는 것도.
동시에 또 다른 목표들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승무원의 꿈은 흐릿해지게 되었다.
유학을 선택하고 5성급 호텔 수영장에서 일했던 경험은
내가 승무원을 통해서 이루고자 했던,
매일 다양한 사람들과 다른 세계를 경험하면서
나의 한계와 가능성을 실험해 볼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