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여행이 설레지 않은 이유

by 민지글

늘 여행과 여행자들을 동경해 왔다.

여전히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서 궁금하고 특히 다른 문화권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운이 좋게도 해외여행을 하거나 해외에 살아볼 기회들이 많았고, 언제 어디서든 떠날 자유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여행이 더 이상 예전만큼 설레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된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아직 젊긴 하지만 노화가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체력적으로 좀 달리기도 하고 귀찮음이 늘어만가고 회복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되었다. 늘 기회가 될 때마다 기꺼이 떠나다 보니 여행이 일상이 되었고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몸도 마음도 조금 씩 지치는 것 같다.


또 여행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이 생겼다.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을 깊게 사귀진 못해도 스쳐갔던 여러 사람들 중에서 유난히 인상적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정말 소수이긴 하지만 정해진 삶보다는 본인이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 인생을 좀 더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고, 그들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엔 나이와 상관없이 참 다양하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나를 소개할 때는 나의 것은 운이 좋게 얻어진 여행, 약간의 용기, 젊음 말고는 진짜 나의 열정과 무기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그들처럼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고 잘하게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좀 더 재미있는 삶을 살게 될 때까지.


마지막으로 경제적 독립을 먼저 하고 싶었다.

독립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고 배가 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늘 경제적 지원에 감사함보다는 불편한 감정을 더 많이 느꼈다. 아무래도 가족과의 갈등을 풀지 못했고 지지할 수 없는 선택을 하는 나에게 가족이라는 이유로 책임져야 하는 존재, 그래서 꼭 마지못해서 받아내는 돈 같았다.


내가 그들에게서 받고 싶은 건 돈이 아니라 '네가 뭘 하든 응원한다' '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말 한마디뿐. 정신적 지원인데, 그들에겐 아마 그게 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용돈은 나에겐 정말 불편한 돈이었다. 갚아내야만 할, 얼른 벗어나야만 할 학생 시절의 여행은 채무자처럼 여행 내내 뭔가 마음이 편하지 않다. 넉넉하지 않더라도 알바를 해서 나의 노동으로 떠난 파리 여행과 장학금으로 떠난 교환학생이 나에겐 더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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