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듯 살아보기, 서울
해외에서 살며 매년 한국에 방문할 때마다,
여행자로서 느낀 서울의 이미지는 다른 그 어떤 도시보다 세련되고 도시적인 곳이라고 느낀다.
매년 새로운 것이 생겨나 업그레이드되고, 유행에 민감하고, 빠르고 편리하다.
그만큼 이전보다 살아남기는 더 힘들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특히 한국의 편리함과 속도에 익숙해지게 되면 외국에서 돌아왔을 때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낀다. 미래도시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여행하기에 참 좋은 도시라고 느끼며 언젠가는 서울도 국제도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여행지로서 서울은 매력적이지만, 산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아직은 정착과 한국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만 막연히 언젠간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호주에서 이민과 영주권을 위한 기회가 많지만, 애초에 딱히 이민을 염두에 두진 않았고 평생 살고 싶을 정도로 비자가 간절하진 않다. 언젠가 어딘가에 정착해야 하긴 할 텐데, 지금의 나는 어느 곳에서도 정착하고 싶지 않고, 비자를 위해서 지금의 나를 굳이 희생하고 싶지는 않다.
비자 때문도 있지만 또 어쩌면 서울이 지금의 나에게 맞는 곳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조금의 경험치를 얻고서 조금 더 선명해진 상태로, 앞자리 수가 바뀐 나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서울은 다른 곳들보다 확실히 더 도시라 욕심이 있다면 발전의 기회가 많고 다양하고, 또 외국인의 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여전히 개인주의이고 자유가 중요하지만, 젊음이 사라지고 나면 영원히 어딘가에 속하지 않는다는 기분은 더 강해질 거라고 느낀다. 한국의 수많은 강력한 단점들보다도 외국인으로서의 겪는 어려움은 그 정도와 넓이가 다르다고 느끼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입맛도 성격도 생각도, 한국인이 되어가는 것도 느낀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여기 현지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있기도 하지만, 굳이 조국을 버리고 (?) 이곳에 뿌리박고 살아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느낀다.
아직은 한국에 갈 때마다 한국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어색하고 불편하하지만,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데드라인 안에 의미 있는 경험과 무기를 만들어서 돌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