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에서 발리로 넘어가기
6월의 계획은 멜버른에서의 퇴사 및 마무리를 하고, 3주 간 발리에서 요가 자격증을 딴 뒤, 시드니로 돌아갈 계획에 있었다.
짐 정리도 다 마치고 모든 게 순탄한 듯했으나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귀찮은 일들이 있었다. 살던 집에서 큰 커리어를 옮기다가 벽에 꽤 큰 흠집을 내는 바람에 물어내야 하게 생겼고, 비행기를 처음 타는 것도 아닌데 멍청한 실수를 했다.
큰 짐에 옮겼어야 할 미용 가위를 기내 가방에 넣어서 걸리고 말았다. 그 덕에 딱 3주 용으로 넣어간 아끼던 샴푸와 폼클렌징 등등 자잘한 것들도 빼앗기고, 넷플릭스를 다운로드하지 못한 채 6시간을 버텨야 했다. 게다가 저녁 비행기라 근처에 예약해 둔 숙소의 날짜를 뜬금없이 8월로 잘못 예약하는 바람에 급히 아무 호텔을 잡아버렸다. 여태 여행하면서 이런 실수들을 한 적이 없었는데 어지간히 정신이 없었나 보다.
꾸따에서 우붓으로
1년 반 만에 다시 돌아온 발리는 여전히 습하고 더웠지만, 우기였던 작년과 비교했을 땐 훨씬 상쾌한 편이었다.
꾸따에서 급하게 예매한 호텔에서 1박을 하고 환전 및 간단한 생필품을 산 뒤, 그랩을 타고 1시간 정도 뒤 우붓에 도착했다.
우붓의 숙소는 요가원과 연계된 곳이었다. 위치는 메인 거리에서 10분 거리로 멀지는 않았지만 논밭에 위치해 있어서 도보가 굉장히 좁고 일방통행이었다. 도보 혹은 오토바이만 들어갈 수 있었다. 숙소는 생각보다 기대를 안 해서였는지 꽤 좋은 편이었다.
웰컴 개더링
첫날부터 요가를 하진 않았고 자기소개와 서로를 알아가는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과 간단한 팀워크 게임을 하였다. 생각보다 액티브한 활동들이 많아서 어릴 적 수학여행 시절이 살짝 생각났다. 교재와 텀블러 에코백 등등을 나눠주었는데, 책이 생각보다 무겁고 두꺼운 편이어서 나의 경우에 종이가 다 빠지고 결국 망가졌다. 애초에 아이패드에 대신 옮겨서 가지고 다니는 게 나았던 것 같다. 요가원의 샬라 (스튜디오) 종류가 많기도 하고 위치가 구글 맵에 잘 잡히지 않아서 찾느라 헤매고 첫날부터 늦었다.
모든 공지는 왓츠앱을 통해 공유된다. 내가 선택한 fire shala는 규모가 가장 크고 인원이 많은 편이었다. 초반 10일엔 온라인으로 나머지 100시간을 수강하는 하이브리드 친구들 포함 30명 정도였고, 나머지 기간엔 스무 명 정도로 딱 적당했던 것 같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경험상 요가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꼬인 것 없이 밝고 느긋한 편이고, 같이 참여한 사람들 모두 큰 트러블 없이 좋은 편이었다. 또 선생님과 학생들도 대부분 비슷한 나이 대라 분위기가 좋고 친해지기 좋은 환경이었다. 요가와 더위에 지쳐서 생각만큼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친목하지 못했던 게 아쉽다.
수업은 빈야사 + 아쉬탕가 믹스였다. 호주 동네 요가원에서 스트레칭 위주로 접했던 나에게 강도 높은 90분의 빈야사는 굉장히 달랐다. 아쉬탕가도 접해보지 않았는데 생소하고 신기했다. 아침에는 호흡과 빈야사 alignment 수업, 오후에는 철학과 해부학 이론 수업과 워크숍이 있었다. 매일 다양한 수업과 워크숍이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따라가기 위해서 최대한 컨디션 조절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래도 주 6일 모든 수업에 완벽하게 집중하긴 쉽지 않았다. 특히 오전 빈야사 수업을 하고 나면 이후에는 계속 힘이 빠져 있는 상태였던 것 같다. 초콜릿과 에너지바를 먹으며 간신히 버텼던 것 같다 하하.
채식 식단
쉬는 날인 일요일 빼고 하루 세끼 모두 제공되었다. 보기만 해도 건강하고 깨끗한 다이어트 식단이지만, 맛도 그렇고 채식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조금 부족한 식단이었다. 고강도인 스케줄에 비해 옵션이 4가지 정도로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았고 특히 든든해야 할 저녁의 경우에도 부실한 편이었다. 아침에는 고정적으로 요거트, 빵, 계란, 과일이 나왔고, 점심 저녁은 거의 매일 두부요리와 야채볶음이 나왔다. 우유, 소이밀크, 오트 밀크, 커피, 티는 늘 있었고 가끔 과일 주스가 제공되었다. 후기에서도 그렇고 채식주의자인 친구들의 경우엔 꽤 만족스러운 편이라고 했지만, 나에겐 뭔가 단식원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