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꿈

by 민지글

사라진 설레임 소환하기

일상 속에서 생산성과 효율만을 찾다 보면 감정은 자주 무시당한다. 더 이상 설레임을 느끼기 어려워진 내게 가장 감정적이었던 순간을 더듬어보고 싶다. 그래도 여름에는 생각을 멈추고 더 감정적일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딜레마다. 아직 혼자가 좋은데 뭔가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든다. 혼자 있어도 몸과 마음은 바쁘다. 늘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들로 밀려있다. 사회인이 되고 나선 삶의 대부분을 노동자로 보내니 극 내향인인 나에게 남은 에너지와 시간이 늘 모자란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또 고립된다니까.


게다가 이젠 점점 혼자 이게 되면 곤란해지는 시기다. 해외이니 외국인이니 괜찮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가족 중심 국가에서 혼자는 힘들다. 빈틈없이 잘 살다가도 공휴일이나 생일날, 주말 저녁에 혼자 남겨진 나를 발견한다.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에 나의 생존력이 떨어지고 감정적으로 불리해진다는 것을 직감한다. 어쨌든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혼자서는 설레임같은 감정을 느끼기는 힘들다.



한 여름밤의 꿈

어쩌다 보니 조금 늦은 나이에 첫 연애를 했다. 이전엔 공감되지 않던 감정들을 느껴보며 내 인생 몇 안 되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아마 첫눈에 반했던 것 같다. 외적인 이상형에도 꽤 가까웠고 언어 문화 나이 모두 달랐지만, 나의 남자 버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각이나 가치관이 비슷했다. 일상이 아닌 타국에서의 모습이라 미화되었을지도 모른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처럼 낯선 여행지여서 가능했던 꿈같은 시간이었다.


남들 다 쉽게 하는 연애나 짝사랑마저도 나에겐 큰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가 쉽게 좋아지지도 않고 인간관계 말고도 다른 것들로 가득 차있으니. 어쩌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관계에 대한 결론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애정과 여유. 자존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관계엔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쨌든 스스로를 잘 모르는 상태로, 애정이 없는 상태에서는 뭔가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낮은 자존감을 들키고 싶지도 또 스스로 인지하고 싶지도 않아서.


게다가 물질적인 사회와 사람들의 표면적이고 미성숙한 관계에서 학벌 직장 성형처럼 연애나 인간관계도 마치 하나의 스펙이나 보험처럼 느껴진다. 껍데기 같은 관계 속에서 과연 진짜는 얼마나 있을까.


결과적으로 그 관계와 나는 현실의 여러 벽들을 깨부술 만큼 로맨틱하지 못했다. 결국 흐지부지되고 다시 현실의 나로 돌아왔지만, 내가 호감을 느끼는 상대와 같은 마음인 것. 조건 없이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었던 인상적인 경험이다. 인생이 조금 쉬워졌던, 나와 사람을 더 좋아할 수 있었던 한 여름밤의 꿈같은 시간이었다.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