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30
서른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너어무 많다.
빨리 가는 시간이 아까워 마음이 조급해진다. 나의 젊음과 자유가 사라져 버릴까 봐 두려워 점점 계획적 인간이 되어가는 중이다. 매년, 매달, 매주 계획을 촘촘하게 세우게 된다. 여전히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주제에 아직 원하는 건 돈, 집, 차가 아닌 게 민망하긴 하지만. 현실적이거나 물질적인 기준들을 뒤로하고도 서른이 되기 전에 해야만 할 것 같은 나만의 목표들이 있다.
1. 꾸준한 운동과 좋은 컨디션 유지하기.
체력도 몸매도 그저 그런 평범한 축에 속하지만 그래도 20대 초반부터 꾸준히 운동을 했다. 혼자 다이어트도 해보고 복근도 만들어보고 피티를 받아보았다. 요가 자격증도 땄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도 계속할 수 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운동하는 사람들의 건강미와 꾸준함을 늘 동경해 왔던 것 같다.
운동을 취미로 만드려고 노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과 관리에도 있지만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마음이 있다. 멘탈이 약한 탓에 힘들 때마다 술과 담배 음식에 의존해 버리기 쉽고 중독자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생각이 많아지고 무거워질 때면 그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 쳐야 한다. 운동은 30년 인생을 살면서 경험한 그 어떤 일들 중 가장 쉽고 빠른 성취감을 준다.
여전히 운동과는 거리가 먼 초보자이지만, 그래서 더 꾸준히 하다 보면 몸이 변하는 게 드라마틱해 보이고 또 욕심이 생긴다. 문제는 그렇게 무리를 했을 때, 겉보기엔 좋아 보여도 격한 운동은 체력과 에너지 소모가 커서 꼭 후폭풍이 온다. 아이러니하게도 무리한 운동을 하고 나면 겉으로는 건강하고 탄탄해 보이지만 컨디션은 영 좋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젠 컨디션과 에너지 레벨을 신경 쓰며 무리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젠 그런 나이가 되었다. 나도 운동으로 근육왕이 되고 싶지만 건강을 위해 휴식과 식단도 챙겨야 하니 적당한 균형을 지키기가 참 힘들다.
결국 최종적으로 내가 운동을 통해 얻고 싶은 건 건강한 몸과 마음이다. 좋은 체력과 컨디션이 있으면 무슨 일이든 시작하고 지속할 힘을 준다. 드라마틱한 변화보다는 지금의 상태에서 아주 조금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2. 노동자에서 생산자로 넘어가기.
이 나이대쯤이면 커리어우먼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는데, 현실은 아직 모든 것이 어렵고 불편한 사회 초년생이라니.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성향상 직장인 생활은 도무지 맞지 않는다고 느낀다. 학생일 때 학교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했으니 당연하겠지만 사회생활과 단체생활은 나이가 들어서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직장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소위 말해 승진하기 위해선 다른 노력들이 더 필요로 하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백이 있거나, 아부를 잘한다던가, 정치를 잘한다던가, 리더십이 있다던가. 아무것도 없는 내게 내세울 것은 성실함 밖에 없어 보인다. 뛰어난 실력자가 될 수 없다면 이 부수적인 스킬들을 키우는 게 더 우선일지도 모른다. 소극적이고 조용한 사람은 특히나 해외에서 불리해지기 쉽다. 한국인 친화적인 동양인 보스가 있는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평생을 노동자로 살아가고, 직업이 나의 정체성이라면 내게 조금 더 맞는 형태의 일을 찾아야 한다. 물론 회사 생활을 하면서 윗사람들로부터 배우는 여러 가지 점들이 있고 또 실수를 통해 한 없이 겸손해진다. 살짝 늦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뒤늦게나마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나의 머릿속 메시지와 표현들을 시각적 청각적인 형태로 구현해내보고 싶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글을 쓰고 모아보는 중이다. 어디에서도 찾지 못한 나의 개성과 전문성을 찾고 만들어가고 싶은 굉장히 이상적인 계획이 내겐 있다. 지금 시작하면 또 10년은 걸리려나..?
3. 안정적인 인간관계 만들기.
회피형인 성격 탓에 사람들이 아무리 내게 친절해도 쉽게 마음을 열기가 힘들다. 누군가에게 쉽게 호감을 느끼지 않고 점점 메말라간다. 마음이 고장 난 것만 같고 로봇 같아지는 이런 내 모습이 싫어진다. 감정적일 땐 슬프거나 부정적일 때가 대부분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호감의 조건이 물질적인 것들이 되어버린 세상에 진심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제 억지로 인연을 찾지 않는 이상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기란 귀찮기도 하고 내향인이라서 더욱더 그렇다. 돈과 여유가 없어서, 감정 소모하기 싫어서, 낮은 자존감 때문에, 적당한 대상을 찾지 못해서 등등 여러 갖가지 이유들로 인간관계를 피해왔지만, 이제 피하고 싶지 않다. 지금 이 시기가 지난다면 정말 성격이 이상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나도 모르는 무시무시한 결핍들을 핑계로 자꾸만 도망 다니지만, 부딪히지 않으면 영원히 갇혀서 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또다시 상처받고 역시 혼자가 편하다며 벽을 세우더라도 이 시기에는 이 여름에는, 다가오는 사람들로부터, 부담스러운 일방적인 호감도,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면이 보이는 사람을 찾아내고 벽을 허물고 다가가 보고 싶다.
인간관계를 하면서 피곤한 일들이 많아지고 손해 보더라도 주고받는 관계와 그 연습이 필요하다. 늘 실패가 반복되었기에 이 목표가 그 어떤 일들보다도 어렵고 자신 없지만 연습게임이라고 치고 다시 용기 내보고 싶다. 서른이 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