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스무 살이 아니야

forever young

by 민지글

나의 장점이자 단점은 잘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곧잘 잊어버리는 편이다. 기억력이 좋지도 않고, 이미 벌어진 일을 붙잡고 과거에 살기엔 해야 할 것들이 많기에. 그렇지만 그만큼 놓치고 회피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기록하려 한다.




이번 도전과 실패를 통해 느낀 점은 더 이상 스무 살이 아니다는 것이다. 단순한 물리적인 나이보다도 나의 마음가짐이 더 이상 이전 같진 않다고 느낀다.


초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젊은 마음을 유지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수많은 장애물을 뚫고 혼자 처음 해외생활을 시작했을 때, 꿈꾸던 자유가 주어졌을 때 불안했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했다. 나도 이제 더 이상 사회가 만들어 낸 정답에 따라가는 수동적인 네모 인생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나의 길을 만들어가는 유연한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행복을 조금 미루더라도, 꿈꿔왔던 것들을 실현해 볼 수 있다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 설레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머무는 공간, 일과 생활이 조금이라도 익숙해지는 순간에는 떠나는 쪽을 선택했다. 계속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나의 방식은 성취감과 내가 그토록 원하던 다양한 경험치를 선물해 주었고, 낯선 환경 속에서 직접 부딪히며 세상을 알아가는 젊음의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그 시간은 영원하지 않고 체력과 마음에는 한계가 있다. 아직 더 헤매고 싶은데 이젠 슬슬 지친다.



내향인의 직장생활.

이번 직장에선 직원으로서 나의 장단점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내성적인 성격 탓에 새로운 일과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사회성이 부족하고 특히 부정적인 감정과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아무리 좋은 팀워크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혼자 집중하는 일의 형태가 내게 가장 맞다고 느낀다.


요령 없고 서툰 행동들은 신뢰감을 쌓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확실히 내 편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도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하지만 존중하고 배우고 발전하려는 자세 그 진심을 느끼는 순간 그들은 내게 좋은 사람이 된다.


살가운 편도 아니고 문화적 차이가 있더라도 성실성과 밝은 자세는 시간이 지나 언젠가 인정받게 되는 순간이 온다. 물론 사회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기도 했지만, 신입 사원에서 완전히 벗어나본 경험이 없어 그다음 단계를 넘어가기 어렵다는 게 나의 한계점이다.



더 젊고 건강해지기.

어쨌든 또다시 n번 째 백수가 되었다. 좋은 인연들을 놓쳐 아쉽긴 하지만 이제 새벽 5시 기상, 3시간의 통근, 배고픔, 피곤, 계속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 알람 없이 마음껏 늦잠을 자고, 아무 곳이나 갈 수 있고, 요리를 할 수가 있고 빠듯하긴 하지만 당장 굶지 않을 만큼의 돈이 있다.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고민과 걱정 때문인지 어쩐지 피로감은 그대로이다.


호주에서의 마지막 종착지를 뜬금없이 골드코스트로 정한 이유는, 내가 생각했던 여유로운 호주의 이미지와 가장 가깝고 날씨가 좋고 또 휴양지라서였다. 사실 어디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은 있지만 도시 생활에 익숙한 내게 살기에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이미 여러 가지 경력이 있기에 금방 일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작은 도시라 일자리가 많이 없고, 있어도 교통이 좋지 않아 힘들다. 일 자리는 있지만 내가 원하는 정도의 도시의 일자리를 찾기에 어려워서 그렇기도 하다.


다시 적당한 일을 구하기 전까지 뜨는 이 시간 속, 동시에 연말이 다가오는 이 시점 쓸데없는 생각과 불안함이 지속되기 전에 고정적인 루틴이 필요하다. 사실 여름의 휴양 도시에서 부지런해지기란 정말 힘들다. 느린 속도와 더위 연말이 다가오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나는 과연 더 젊고 건강해질 수 있을까. 다시 부지런히 루틴을 만들고, 매일 체육관에 출석하고, 요가 그리고 바다에서 수영과 서핑도 해봐야지.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