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드니
다시 시드니에 왔다.
나의 첫 번째 시드니는 인턴십의 기회로 짧은 만큼 좋은 추억을 남기고서, 2년이 지나고 유학생의 신분으로 다시 온 시드니는 좀 더 현실이었다. 2년간 시드니에서 끝없는 욕심과 함께 많은 도전과 여행을 했지만 동시에 책임감과 혼자 견뎌낸 무거운 마음이 있었다. 멜버른, 골드코스트, 브리즈번에 지내면서 조금은 지친 마음으로 다시 시드니로 오게 되었다. 세 번째 시드니에선 또 다른 마음가짐과 전환점에 있는 중이다.
떠돌이 삶에 지쳐서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시드니를 떠났다. 좀 더 한적한 도시에서 자유롭고 여유로운 1년을 보내기로 혹은 한국에 더 빨리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한 달의 휴가는 꿈같았다. 따뜻한 날씨 속에서 자고, 먹고, 걷고, 멍 때리기만 했다.
그렇게 지친 마음이 충전이 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도시를 벗어난 시골의 워킹 홀리데이 삶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 나의 일과 삶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유토피아 같은 곳은 없다. 늘 충동성과 역마살이 누그러지고 정착해 주길 간절히 바라지만. 생각 지옥에 빠져 괴로움이 지속된다면 결국 떠날 수밖에 없다.
선택의 연속
이곳에서 남은 1년을 채울 것인가, 한국에 돌아가서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또 여행을 선택할 것인가?
이제 호주에 살아낸 지 벌써 4년이 다 되었지만, 여전히 이곳에 정착할 마음은 없다. 지내면서 나는 모두의 목표인 영주권이나 돈 보다도, 여행과 경험을 선택했다. 주변에 많은 이민자 친구들을 보면서 나의 모습이 그려보기도 하고, 계속 지내고자 하면 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곳이 내게 꼭 완벽한 곳이라던지 정착지라는 확신이 들진 않는다.
지금 한국에 가게 된다면 나는 또 어디에서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한국에서 정착을 해야 하게 된다면 나는 또 평균적인 삶을 좇아야 할 텐데 그 자신이 없다. 나에게 한국은 치열했고, 늘 부족했고, 따라 잡히고, 계급이 선명한 곳이었으니까. 당장 한국에 돌아간다면 높은 확률로 애매한 일자리에 어리지 않은 신입사원이 될 텐데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시드니를 선택한 이유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이다. 한국에 돌아갈 염두에 두었을 때라도, 어쨌든 당장은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내게 도움이 되는 경력과 포트폴리오를 쌓아서 가는 게 미래의 나를 위한 길이라고 판단했다.
과연 또 돌아온 시드니에서 마지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또 도망갈지, 이후에도 계속될지 알 수 없지만,
정신없을 나의 2026년도 꾸준히 기록해 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