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만큼 먹고 겪을 만큼 겪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모든 게 서툴고 어렵다.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도망가고 계속 새로 시작되는 이 패턴은 나를 작아지게도 겸손하게 만들기도 한다. 끝없이 불안하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건 어쩔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할 수만 있다면 아직도 헤매고 싶고, 계속 배우고 싶다. 갑자기 훌쩍 떠나 새롭게 시작하고만 싶다.
생일날엔 쉬거나 휴가를 냈는데, 이번 생일은 어쩌다 보니 평소처럼 아무도 모르게 지나갔다. 이번엔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조금 더 그럴듯한 생일을 기대했지만. 내가 선택하고 벌려놓은 일에 치이며 힘겨운 하루를 보냈다. 뭐, 매년 생일은 오고 다른 날 대신 축하하고 축하받으면 되지 않을까.
이제 정말 만으로도 서른이다. 서른이라는 사실과 함께 여전히 방황하고 싶은 내가, 불안정한 나의 모습에 나잇값 못하는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나의 완성된 버전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욕심을 부려 또 새로운 직장을 구했고, 예상했지만 역시나 지독하게 맞지 않는다. 내게 맞는 일이 존재하긴 할까. 서른이고 어른이 된듯하지만 아직 배움의 연속에 어려운 것 투성이인 학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이 투성이인 지금 혼자서 나를 지켜내야 하는 게 쉽지 않다. 노력해도 발견되고 마는 사소한 실수들, 지적, 사과, 좌절. 매일 반복되면 끝없이 작아진다. 지금 나에겐 지지와 칭찬이 필요하지만. 아무도 주지 않을 테니 그럴수록 스스로라도 나를 잘 지켜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 부딪힌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할 때마다,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부딪히는 나의 내성적 성향이다. 나의 실제 모습이 아닌, 이 역할에 맞을 만한 캐릭터가 되기 위해 열심히 연기하지만 금세 지치고 들통난다. 자주 고장 나고, 그래서 나를 잃어버리고,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이번 일은 유독 적응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평소보다 긴장을 많이 하게 되고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 하루 종일 서 있기도 하고 제대로 된 쉬는 시간 없이 불규칙한 로스터로 일하다 보니 체력도 너무 달린다.
사실 호텔 프론트에서 일하면서 손님에게 낯가리는 건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고, 직업 정신에 맞지도 않다. 모두 예측했던 어려움이긴 하지만 파워 내향인인 내겐 빠른 속도, 시끄러운 환경, 큰 소리로 고객과 스몰토크를 유도하면서 체크인을 해내는 건 정말 쉽지 않다.
뭐든 열심히 하는 편이고, 태도 지적받은 적 없는 나이지만 이런 압박받는 곳에서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그렇게 되면 집중이 어렵고 자주 잊어버리고 실수하는 일이 생기고 만다. 내가 왜 이럴까 생각해 보면 조용한 adhd 증상이 아닐까 의심된다. 처음부터 꾸준히 받는 피드백은 그런 종류이다. 집중하는 게 어렵고 긴장을 하게 되고, 그래서 실수를 한다.
또 이제 이쯤 되면 나의 장단점이 조금 더 선명해지는 것 같다. 나의 유전자의 한계로 아무리 노력해도 바꾸지 못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충분히 고쳐질 것만 같았던 나의 내성적인 성격은 결국 잘 고쳐지지 않는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각자의 매력이 있고 약점에 굳이 집중할 필요는 없고, 아마 이것보다 내게 더 쉽고 더 맞는 종류와 형태의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볼 만한 이유는 있다. 지독하게 맞지 않는 이 일은 어쨌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게 될 거고. 쉽게 얻어지지 않을 의미 있는 성과를 얻게 되었을 땐 그 성취감은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늘 그랬듯 한두 달이 지나 모든 게 익숙해지고, 제대로 된 휴식을 하고,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계획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레 극복되지 않을까.
이번 도전과 어려움도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면서 또 열심히 의미 있는 발버둥을 쳐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