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한 내게 유독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2월이다.
대부분의 시간에 혼자 있다 보면 나의 부족한 점들에 빠져들어서 부정적인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면 세상엔 나 만큼 다양하고 이상한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사람들은 다 비슷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가끔 위로가 되기도 한다. 물론 아주 가끔 씩 흉내 낼 수 없는 에너지를 마주할 때 거리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지만.
아무리 배려심 가득하고 친절한 사람들을 만난다고 해도 나의 내향성은 점점 더 강력해져서 어떻게든 기가 빨린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혼자만의 시간이 있다. 결국 이 벽을 극복하지 못할 때면 인간관계 면에서 정말이지 비효율적이라고 느낀다.
2월에 만난 사람들
일을 하며 부딪히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아직 낯선 친절하거나 불친절한 동료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처음 만났지만 곧 가족이 될 사람까지. 너무나도 많은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전 직장에서부터 알고 지낸 친구는 여전히 야무지고 열심히 사는 영리한 친구였지만, 볼 때마다 사회생활에 많이 치여 찌들어있는 모습이었다. 나 만큼이나 많이 힘들어 보여서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그 고민들을 들어주는 것 밖에 할 수는 없다. 막상 만나면 상대의 고민이 더 무거워 보여서 왠지 내 이야기나 고민은 털어놓지 못하게 되는 종류의 그런 친구가 있다.
거의 일 년 반 만에 만난 친구는 다시 봐도 밝은 모습이었다. 지역 이동을 하고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새로 사귄 남자친구와 함께 캠핑을 다니며 워킹홀리데이를 제대로 즐기는 그 친구는 또 다른 여행을 떠나는 중에 있었다. 나도 욕심이 덜하고 더 자유로웠다면, 조금 더 도시보다 자연을 좋아했다면. 내가 꿈꿨던 이상적인 모습을 살아주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하고 대리 만족이 되었다. 그 커플을 보니 내가 동경했지만 놓쳤던 이전 인연이 자꾸만 생각나서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새로 만난 친구는 곧 가족이 될 새로운 인연이었는데, 생각보다 편안하고 비슷한 결의 사람이라서 좋았다. 멀리서 방문한 만큼 관광지가 아닌 다른 모습의 시드니를 구경시켜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좋은 상태가 아닌 지친 모습으로 마주한 것 같아서, 그래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고 결국 고민만 털어놓은 것 같아서 아쉬웠지만 내겐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겉보기엔 비슷비슷해 보여도 주변에 다양한 배경의 친구들이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사실과, 혼자인 것만 같지만 내게도 얕지만 소중한 인연들이 있는 사실에 감사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