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미스터리 쇼퍼

by 민지글

호텔 프론트에서 일한 지 이제 한 달 정도가 지났다.


바쁜 호텔인 만큼 엄청난 양의 손님과 여러 가지 시스템 컴플레인 등등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는 있었지만 역시나 생각만큼 힘들다. 끝없는 트레이닝과 피드백, 과도한 매니지먼트에 지치는 상황 속에서도 계속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부분이 괴롭지만, 그래도 이 압박을 이겨내고 즐겨보기로 한다.



호텔 체크인 과정

호텔마다 다르겠지만, 지금 일하는 호텔의 대략적인 체크인 과정은 이러하다.


환영 인사와 함께 웰컴 드링크 제공

예약된 이름 성씨 묻고 ID카드/여권 확인하기 + 예약정보 확인하면서 스몰톡

호텔 멤버십 등급 확인과 언급. 그에 맞는 혜택 제공하기. 혹은 멤버십 등록 요청하기

결제 진행하고 보증금 개념 설명 + 스몰톡

카드키 발급 / 호텔 서비스 설명 / 기타 요구사항 확인


이 외 체크인 시 방이 준비가 안될 경우, 체크인 전에 사용가능한 라운지 설명하고 연락처 확인/ 짐 등 요구사항 확인하기. 그 과정이 짧게는 3분, 길게는 한 1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과정이 크게 어렵지 않지만 각 단계에서 요구되는 세부적인 부분들이 있다. 정해진 멘트나 이름 언급해줘야 하고, 또 자연스럽게 스몰톡을 하면서 멀티태스킹을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예약 정보에 따라 결제 방식이 조금씩 다르고, 특히 호텔 멤버십 제도가 있어서 그에 맞는 혜택을 빠짐없이 제공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미스터리 쇼퍼

오늘은 호텔의 미스터리 쇼퍼가 방문하는 날이다.


이 시스템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진행이 되는지, 또 내부에서 어떻게 전달이 되어서 미리 알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고 하면서 일주일 전부터 모두 난리가 났다. 신입인 나에게 특히나 더 신경 쓰고 특별 트레이닝까지 시키면서 은근한 압박을 주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공교롭게도 그 쇼퍼는 내가 상대하게 되었다.


다행히 바쁘지 않은 상황에 받게 된 체크인 고객이라 압박은 조금 덜하긴 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체크인 압박에 시달리느라 일찍 눈치채지 못했는데, 모니터링하던 매니지먼트 팀이 먼저 알아내고 내 옆에서 도움 및 눈치를 주었다.


옆 매니저는 과장된 스몰톡과 친절을 베풀고 갑자기 안에 있던 팀원은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서 정리하는 척하면서 몰래 내게 체크하는 부분이 있었다. 체크인 중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갑자기 라운지 이용이 가능한 멤버십을 묻고 중간에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더 높은 혜택을 제공하는 부분에서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어쨌든 큰 실수는 없었다.


최종적으로 결과에 대한 후기는 어떨지 과연 얼마나 큰 건인지, 내부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지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겐 그저 한 달 동안 공부한 것을 시험을 본 기분이었다. 어쨌든 처음으로 모두에게 칭찬받은 날이라 기분이 좋았고 크게 놓친 부분은 없어 보이지만, 세부적인 몇 가지 점들이 떠올라서 아쉽기는 하다.


평소 일을 할 때도 내가 아닌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최면을 걸지만, 오늘은 모두가 그러한듯 했다. 미스터리 쇼퍼를 연기한 그 고객도, 나 포함 모든 사람들도 다들 연기하고 연기당하는 그 상황이 조금 웃기기도 재밌기도 하고. 어쨌든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그동안 쓸모없다고만 느꼈는데 처음으로 큰 건이라고 여겨진 이 상황을 이겨내며 얻는 긍정적인 반응에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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