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일기 쓰기

꾸역꾸역 살아내기!

by 민지글

역시 글을 쓰며 혼자만의 생각에 잠길 때가 가장 좋다.


아마 내가 평생 할 수 있을만한 것이지 않을까. 낯선 환경과 변하는 사람들 속 유일하게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는, 솔직해져도 되는 이 공간이 내게 가장 집 같다. 완벽하게 해소하지 못해도 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표현해 낼 수 있는 이 행위가 있음에 새삼 감사하기도 한다.


최대한 꾸준히 기록하고 싶었는데, 지난 1월과 2월은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새해가 되면서 생각이 너무 많았고, 처음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비자는 얼마 남지 않았다. 자유로운 만큼 불안했고 그래서 내겐 빠른 선택이 필요했다. 세운 계획을 다시 고치고 고쳐내고, 챗지피티와 함께 의미 없는 진로 고민과 신년 운세를 보고. 충동적이라 해도 최대한 전략적이고 무거운 선택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실패해도 후회가 남지 않고 충분히 책임질 수 있을 선택을.



꾸역꾸역

어쩔 수가 없다. 맞지 않는 일에 적응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든다. 이젠 커피에다가 에너지 드링크까지 마셔야만 하는 지경에 왔다. 그 와중에 가족과 친구 방문까지 겹쳐져 정신없는 지난 한 달을 보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현타가 오고, 매일 치이며 쓸모없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최대한 긍정 회로를 돌리기로 한다.


몸도 마음도 힘들지만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하는 것처럼, 경험 상 지금의 내겐 의미 없고 지루한 시간을 견디며 쉬운 일을 해내는 것보다, 괴롭지만 얻을 것이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게 내겐 더 필요하다. 가끔 너무 불행해지지만, 내년이 되고 젊음이 사라지면 더 이상 하지 못할 선택일 것이다. 그래서 의미 있고 또 많은 배움이 있다.


맞지 않는 것은 그만큼 나의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고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도 하다. 익숙함과 멀어지고 이곳에 오기로 했을 때 돈보다도 경험과 가치를 쫓기로 했다. 남들은 돈을 쓸어 담고, 워킹만큼 홀리데이를 즐기고, 쉽고 빠른 길을 선택할 때 굳이 돌아서 어려운 길을 가는 내가 가끔은 바보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 익숙함보다 낯섦을 찾는다. 정답은 없지만, 나만의 답을 찾아 처음과 같은 그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버거운 것 이외에도 지금 나에겐 여전히 많은 기회들과 배움이 있다. 대형 호텔이 일하는 방식, 외국인을 대하는 방식, 내향인의 생존 방식, 편견과 정답에서 벗어날 자유, 다양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들이 있다. 이 어려움을 견뎌낸 후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있었으면 좋겠다.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