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와 계란말이
신기하게도 몸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김치찌개가 생각난다. 먹고 싶은 건 몸이 원하는 거라던데, 몸이 안 좋을 때는 신김치가 필요한 걸까.
20대 중반이 넘어갈 때까지도 김치찌개를 좋아하지 않았다. 일본에 잠시 살았을 때 신오쿠보 한인타운에 가장 인기가 있는 메뉴로 다들 김치찌개를 꼽았지만 나만은 한 번도 김치찌개를 사 먹은 적이 없었다. 김치찌개를 좋아하게 된 것은 20대 후반.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2주 정도 입원을 한 적이 있었는데 퇴원하고서 김치찌개가 너무 먹고 싶은 거다.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이상했지만 일단 배달을 시켰는데, 너무 맛있게 먹었다. 마치 내가 아닌 내 안에 다른 생명체가 먹어치우는 것처럼 김치찌개를 뚝딱 했다. 이후로 한동안 몸이 괜찮을 때까지 사무실 지하에 있던 이모네라는 이름의 식당에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김치찌개를 시켜 먹었다.
묵은지를 달달 볶아 물을 붓고 푹푹 끓여낸다. 스팸을 반, 두부 반모도 넣었다. 김치찌개를 생각할 때 같이 먹고 싶은 반찬이 있다. 계란말이나 계란 프라이, 비엔나 소시지, 잔멸치 볶음, 김이나 김자반. 오늘은 계란말이를 해보았다. 계란말이는 이상하다. 퍽 좋아하는 반찬인데 이상하게 만들지를 않게 된다. 만드는 게 그렇게 오래 걸리거나 귀찮은 것이 아닌데도 그렇다. 계란말이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은 김을 넣는 것이다. 김을 넣어 차곡차곡 말아낸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던 어묵도 가늘게 썰어 볶아낸다.
별 것도 없는 밥상이지만 시간이 꽤 걸린다. 이래서 밥 안 해 먹기 시작했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집밥을 해 먹기로 했으니 귀찮다는 생각을 차단해본다. 오늘도 그럭저럭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