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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Sep 22. 2022

오늘 뭐 먹었지 9

장조림 덮밥




엄마가 김치통 사이즈의 반찬통에 장조림을 한가득 만들어주셨다. 계란과 메추리알, 홍두깨살과 마늘이 간장에 졸여진 장조림이다. 전 주에 엄마 집에 갔다가 급히 돌아오면서 못 가져와 아쉽다했더니 일주일 후에 한가득 해서 가져다주셨다. 냉장고에 넣어두니 마음이 든든한 것이 겨울 전에 창고를 가득 채워둔 기분이다. 도토리를 쟁여둔 다람쥐처럼 조금씩 꺼내서 먹었다. 그러다 며칠은 또 일하느라 바빠서 집에서 밥을 해 먹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맛있어 보이는 덮밥 집도 많고 유튜브 쇼츠를 보면서 한번 해 먹어 볼까 싶은 덮밥 레시피도 많았지만, 잔뜩 차려놓고 먹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덮밥은 열외의 대상이다. 덮밥은 거의 일본에서만 먹었다. 값싼 가격에 고기까지 먹을 수 있어서 항상 용돈이 부족하고 배가 고픈 유학생들에게는 참 고마운 음식이었던 규동. 튀김을 밥과 먹을 생각을 못해본 옛날, 신세계처럼 좋았던 텐동. 일본에 살던 가난한 유학생 시절에는 누가 사주면 얻어먹다 일본 여행과 출장 후에야 비로소 내 돈 주고 사 먹을 수 있었던 우나기동 등등. 모두 좋아하는 음식인데 같은 메뉴라 해도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잘 먹지 않게 된다.


하지만 오늘은 덮밥이다. 장조림을 덮밥으로 해 먹기로 했다. 조금만 더 냉장고에 있다가는 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특단의 조치를 펼쳐보았다. 반찬으로 먹기에는 조금 많지만 덮밥으로 먹는다면 두 번 정도면 끝낼 수 있는 양이 남아있었다. 장조림밖에 반찬이 없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계란은 6등분 정도로, 메추리알은 등분으로 먹기 좋게 자른다. 홍두깨살은 결과 반대로 칼로 써는 식감을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결대로 찢어보았다. 밥 위에 올리고 버터 한 조각을 얹고 맛간장을 따로 넣어 비벼 먹는다. 버터와 간장을 넣은 비빔밥만도 맛있는데 거기에 장조림을 듬뿍 먹으니 맛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음식이 탄생했다. 5분 동안 만들어 15분 동안 꼭꼭 씹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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