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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xperience Expert Nov 14. 2023

성수 팝업, '고마워 할매'

퇴근 후에 얻은 진한 그리움

공간 기획자들이 어떤 감성으로, 어떤 느낌으로 팝업 공간을 기획하고 구현했는지는 얼마나 자주 기획된 공간을 가보고 평가해보고 생각해보는 지에 달려있는 것 같다. 나는 공간 기획자가 되기 위해 모든 공간들에 대해 개선점을 남기는 공간 기획 전문가가 될테야! 라고 선언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에 올린 게시물은 총 세개. 한 번 글을 작성할 때 마다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너무 많고 아직 필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망설여졌다. 더욱이,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하는 일들도 너무 많아서 어떤 공간에 방문해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던 중 팝업 스토어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성수 팝업, '고마워 할매' 라는 곳을 다녀왔다. 


팝업 거리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팝업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아니면 잘 못찾을 것 같은 거리에 있었다. 또한 들어가는 입구부터 팡팡 터뜨리는 조형물들로 고객들을 유인하는 것 대신 입구부터 맞이하는 '할매'의 따뜻한 인사 푯말을 보며 들어가게 된다. 늦은 시간에 방문하게 되어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방문했을 지는 알 수 없지만, 금일 가려다가 가지 못했던 쌍쌍바 팝업처럼 많은 고객들이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청년마을이라는 비영리 단체 그리고 행정안전부의 약소한 지원을 받아 운영되기에, 큰 예산을 할애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된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것처럼 홍보나 마케팅 그리고 굿즈 제작에 힘을 못썼을 테지. 하지만 입구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할머니는 어린 시절 나의 할머니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팝업 공간 안으로 안내했다. 


내부 컨셉은, 경상남도 함양. 실제로 청년마을 단체에서 함양에 가서 2박 3일로 할머니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오셨다고 한다. '시골'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소품들로 가득 찼고 지하에는 할머니 집에서 봤을 법한 장롱들. 20살이 되어 서울로 올라오느라 이제는 잘 갈 수 없지만 적어도, 부산에 살 때 까지만 해도 매일같이 드나들었던 할머니 집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이 잔뜩 있어 괜한 향수가 돋았다. 아름다운 별이 되어 지금 내 곁을 맴돌며 지켜주고 계실 할아버지를 생각하니, 내 눈에서는 약간의 물들이 고여 있었고 다시금 바쁘고 바쁜, 험하디 험한 세상을 살아가게 해줄 힘이 되었다. 


내 감성을 여럿 건들인 할머니들 사진과 멘트들, 그리고 그 사진은 실제 할머님들이라 더욱 가슴을 울리는 것 같았다. 올라가야할 것 같이 생긴 계단에는 할머님들과 청년 마을 단체 사람들의 함께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들 또한 힘든 현생을 잠시 접어두고 경상남도 함양이 제공하고 있는 작은 여유를 찾아 떠난 것이 아니었을까. 어떻게 보면 많은 청년들에게 '할머니'라는 존재란 그런 것 같다. 

'여유'를 제공해주는 

부산 가면 항상 들리는 할머니 집. 할머니 집에 가면 항상 가게 앞 공간에서 장사를 하고 계신다. 무언가 헛헛한 감정을 뿌리치려고 하시는 건지 몸이 지치고 힘드실 텐데도 불구하고 그 자리, 그 공간에서 직접 키우신 작물들을 판매한다. 그게 분명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닌 것을 우리 모두 알기에, 그 누구도 그녀에게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항상 마음 속엔 편하고 즐겁게 사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오늘 여기, '고마워 할매' 만나 뵌 여러 할머니들도 우리 할머니랑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함양 어디선가 '무언가'를 하며 지내고 계실 그들에게 '행복'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이번 팝업을 둘러보면서, 할머니들 사진과  심금을 울리는 멘트가 담긴 이미지들을 볼 수 있었던 공간은 지하로 내려가는 야외 공간이었다. 계단이 생각보다 높고 꽤나 많아서 조심해야 했고 처음 내려갈 때는 제대로 된 감상을 하기 힘들었다. 분명, 사람들이 많았다면 누군가는 제대로 계단에 있는 콘텐츠를 즐길 수 없었을 것이고 그러면 제대로 된 감성을 느끼기 힘들었을 것 같다. 계단 공간에는 볼거리를 배치하는 것이 아닌 '안전 주의' 혹은 '화살표' 등 좀 더 안전을 고려한 설계였으면 어땠을까.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 하나는, 할머니 집 혹은 시골에서 느낄 만한 고유한 향이 없었다는 점. 인간은 생각보다 '향'에 민감하고 그 향에 의해 공간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시골의 향 그리고 할머니 집에서 맡을 수 있는 향 등은 사람마다 취향이나 개인차가 존재할테지만, 팝업 공간을 좋아하고 시골이라는 컨셉을 제대로 이해하고 찾아온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경험 아니었을까. 물론 내가 직접 공간을 기획했다면 실행에 옮겼을 지 안 옮겼을 지 전혀 감이 오지 않지만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이런 부분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추가로, 아래는 공간 기획에 대해 찾아보다가 다양한 전문가들이 써놓은 글이다. 다음 번에는 다양한 글들을 읽어보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포인트를 짚어가며 즐겨보고 싶다.


롱블랙 브런치 글에서, 각 공간 전문가들에 대해 정리해 놓은 글이 있다. 

프로젝트 렌트 대표인 최원석 대표가 말했던 인용글. 팝업 기획을 잘하는 비결은,

첫 째는 잘 버려요. 무언을 다룰 것인가를 결정하고 나면 나머지는 버려야 해요. 이것도 저것도 다 집어넣으려고 하면 좋은 기획이 나오지 않아요. 사람들은 몇 초 만에 이해가 되야 움직여요. 선명하게 하나만 전달해야 해요. 또 중요한 건, 실행을 해봐야 해요. 실행을 해 본 팀만 좋은 기획을 낼 수 있습니다. 저는 자체 팝업을 기획하면 디자이너들까지 나가서 판매를 해보라고 해요. 하루라도 물건을 소비자들에게 팔아보면 알아요. 우아한 말들은 현장에선 안 먹혀요. 

김영래 스튜디오 라이터스 대표,

가장 중요한 것은 클라이언트의 사업이 성공하는 것. 그러려면 우선 제가 설계한 공간에서 매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행복해야 해요. 그편안함이 녹아들 때 손님도 똑같이 행복함을 느끼거든요. 클라이언트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게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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