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 (1)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_22

by 빨간나무


1.


새벽, 커튼 너머 침대 아이의 소리에 잠이 깼다.


“엄마... 쉬 마려워... 엄마... 쉬...”


수액을 맞으며 항암제를 배출해야 하므로 병동의 아이들은 밤에도 소변을 자주 본다.


매일 배설량을 기록해야 하기에 소변을 통에 받아야 한다.


단잠에 빠진 듯했던 엄마는 여러 번 부르자 겨우 일어났다.


쪼르르르.


소변보는 소리가 들렸다.



“... 엄마... 깨워서 미안해...”




아이의 엄마는 대답은 하지 않고 통을 비우고 소독하러 방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둘 다 다시 잠들었다.


그러나 나는 잠들 수 없었다.


아이의 말에 심장이 내려앉는 듯했다. 커튼 뒤에서 숨죽여 울었다.


막아 놓은 둑이 터진 듯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말을 하지 못하는 우리 아기도 저런 마음일까?



내가 속으로 대신 대답했다.


“네가 왜 미안해? 엄마가 너무너무 미안해. 아무것도 못 먹고 종일 토했지. 몸속 암세포와 싸우느라 많이 힘들지? 고마워... 사랑해. 얼른 나아서 집에 가자.”






지난번 병실에서 같이 머물던 아이는 많이 아파했다. 고통스러워 밤에도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입안이 다 헐어서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 불편하면 비명을 질렀다.


끊임없이 여러 개의 약이 매달려 투여되고 고 수시로 수혈도 받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 엄마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먹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아이가 소리를 질러 잠을 깨운 것은 아닌지 매일 아침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 미안하다는 말이 내게 너무 아팠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겨우 “괜찮다”라고 대답했다.


“정말 괜찮아요. 하나도 안 시끄러웠어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좀 더 이기적이어도 돼요.”


말해주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그런 말조차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왜 아이들이 아픈 걸까.


아무런 잘못도 없는 어린아이들이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걸까.


답 없는 질문만 계속해서 떠올랐다.









2.


어느 날은 신환 아이가 코피를 흘렸다.


간호사선생님이 멸균솜으로 막아줬고 멈출 줄 알았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엄마, 피가 안 멈춰. 우엑, 계속 나와. 숨을 못 쉬겠어. 죽을 것 같아. 엄마…”


아이는 괴로워 몸부림쳤고 엄마는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


콧구멍을 막았지만 입으로 피가 계속 넘어왔다. 아이는 종이컵에 계속 뱉으며 버티고 있었다.


상황은 시시각각 악화되었다.


“선생님, 왜 이러는 거예요? 어떡해요? 어떻게 좀 해주세요.”


“혈소판이 낮아서 그런 것 같아요. 수혈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혈액검사를 위해 다시 채혈했고, 약 1시간 후 결과가 나왔다.


수혈이 결정되었고 혈액팩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나 역시 초조했다.


빨리 와 달라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 사이 피가 찬 컵은 계속 쌓여갔다.



수혈이 시작되어도 출혈은 바로 멈추지 않았다.


혈소판 한 팩이 다 들어가는 데 약 1시간 30분이 걸린다.



아이는 노란 피에 이어 빨간 피도 수혈받았고, 서서히 출혈량이 줄어들더니 마침내 멈췄다.



정말 다행이었다.



종이컵 8개가 피로 가득 찼다고 들었다. 아이와 엄마는 기진맥진하여 잠들었다.





혈소판은 혈액 응고에 관여한다. 정상 기준은 혈액 1㎣당 15만 이상이며, 우리 병동의 수혈 기준은 3만이다.


혈소판이 없으면 가만히 있어도 몸속에서 출혈이 발생할 수 있어 위험하다.


수혈받기 전에는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조심해서 놀라고 한다.


뇌출혈이 일어나거나 혈뇨, 혈변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막내도 이유 없이 얼굴과 목 뒤쪽에 멍이 생기고 다리에 큰 멍이 사라지지 않았으며, 채혈 후 지혈이 되지 않아 몇 시간 전 바늘구멍에서 또 피가 나기도 했다.


이 날도 혈소판의 위력을 몸소 체감했다.






혈소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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