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죄 값은 죽음.
이번 이야기는 웹소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그저 "사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내용상 불편하고 자극적이며 혐오스러운 표현이 등장합니다.
안 보셔도 다른 에피소드를 이해하시는데 무리가 없으니 원치 않으시면 지금 '뒤로' 버튼을 눌러주세요.
.
.
.
.
.
.
.
.
.
아직도 안 가셨나요? 전 미리 말씀드렸어요. 책임 못 집니다?
제가 막 성인이 되었을 때, 그날도 어머니는 아버지와 다투시고 기분이 상해 혼자 계셨어요.
저는 조심스레 닫혀 있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 늘 가슴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습니다.
"미안, 엄마."
- '쟤' 때문에 내가 참고 사는 거야!
"내가 없었으면... 엄마랑 아빠가 진작 이혼할 수 있었을 텐데."
- 알기나 해? 내가 이 감옥 같은 집에 갇혀서 얼마나 힘든지? 당신이랑 헤어지기만 하면 나 혼자 당당히, 자유롭게 살 수 있는데!
"그럼 엄마도 행복해졌을 텐데."
마지막 전언. 제 말을 듣고 어머니는 생각에 잠기셨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제게 말씀하셨죠.
"아니야. 네 덕분에, 네가 있어서 아빠랑 엄마가 이혼하지 않을 수 있었어."
두근.
"솔직히, 하, 내가 나가서 뭘 하겠니? 그래도 집이라도 있고, 이러고 사는 게 더 낫지."
쿵. 쾅.
분명 제 심장인데, 뛰는 게 그렇게 낯설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남의 것 같았어요.
평생을...
비록 제 멋대로 해석한 거긴 하지만, 그래도...
평생을 존재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는데.
- 나 혼자 당당히, 자유롭게 살 수 있는데!
- 솔직히, 내가 나가서 뭘 하겠니?
- '쟤' 때문에 내가 참고 사는 거야!
- 네 덕분에 이혼하지 않을 수 있었어.
"하하, 하하하..."
바보 같아.
"자, 어디 할 말 있으면 해 봐."
소파에 앉은 여왕께서 턱을 들고 저를 내려다보십니다. 상처 입은 권위를 바로 세우는, 이 중대한 심판을 바라보는 증인들을 양 옆에 거느리고서.
소파 앞 바닥, 심판대에 무릎을 꿇고 있는 건 저, 여왕의 왕국을 위협하는 이질적인 존재입니다.
여덟 개의 눈이 암묵의 무게를 제게 지우고, 떨고 있는 제 두 입술이 제 위치를 찾습니다.
"죄송합니다..."
변호인도 없고, 자기변호도 허용되지 않는 재판.
목 아래로 삼켜지지 않는 죄를 시인하고서, 저는 두려움에 떨며 자비를 구합니다.
늘 혼자, 제 '존재'를 사과합니다.
"여자가 잘못 들어오면 집안이 망해."
시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러면 안 되겠지? 집안을 흥하게 하는 여자가 되어야지."
이미 이룬 자의 높은 긍지를 가지고서.
"네가 뿌리를 옮겨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니. 우리 시어머니랑 며느리 말고, 엄마랑 딸처럼 지내자."
저는 감동하며 눈빛과 미소로 감사를 전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어요. 제가 큰 착각을 한 것을.
"우린 '가족'이 되는 거야."
저는 시어머니의 다정함을 감사해야 했던 게 아니라,
당신께서 온갖 역경을 이기며 힘겹게 일구신, 당신의 자랑스러운 집안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영광을 찬양하고,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노력해야 했습니다.
공기처럼, 필요하지만 존재감이 없는 것이 되기 위해.
인생에는 패턴이 있나 봐요.
제게 '어머니'는
유년기에 받은 상처로 힘겨워하고, 남편을 원망하며, 그 힘듦을 전혀 상관없는 저에게 쏟아내는,
그러면서도 좋은 엄마로 보이고 싶어서 희생하고 헌신하며, 그걸로 저를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두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런 희생이나 헌신, 저는 원하지 않는데도요.
'그래도 우리 어머니 감사하지, 감사하지' 하며 십여 년을 살았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나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어도.
자신의 감정과 표정을 갈아가며.
"너 왜 자꾸 웃어? 기분 나빠."
"아... 미안, 나도 모르게... 그새 버릇이 됐나 봐."
"내 동생이 그러더라. 너 그 집에서 꼭 하숙생같이 살고 있더라고."
"... 그래?"
주변에 제 상태를 봐줄 사람 하나 없어서, 그래서 얼마나 닳았는지 알지 못한 채.
상관없다 생각했어요.
어차피 스스로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저따위 없어져도 괜찮다고.
그럼으로써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오히려 더 좋다고.
저보다 더 대단하신 분이니까, 시어머니께서 하라시는 대로 하면 분명, 그렇게 될 거라고.
언젠가, 제게도 날개가 돋치겠죠.
"죄송해요."
그럼 이렇게 바닥에 엎드려 빌지 않아도 될 날이,
"다 제 잘못이에요."
당당히 가족의 일원이 될 날이 올 거예요.
하지만 저는 이번에도 틀리고 말았어요.
"네가 그래봤자 며느리지 뭐."
자란 건 날개가 아니었어요.
"난 죄가 없소. 내 죄가 뭐요?"
"네 죄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지."
"인생을 허비한 죄!"
"유죄."
"그 죄 값은 죽음이다."
<영화 "빠삐용(Papillon)" 중에서>
기대와 달리 종양은 양성이었습니다.
자연스레 죽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한밤중, 깜깜한 방에 앉아 생각했습니다.
"용서 못해."
어째서 나는 이렇게나 못났을까.
"병신 같은 X, 죽어."
당장 부엌에 가서 끝이 뾰족한 식칼을 들고 심장이 있는 위치를 찌르자.
늑골에 막히지 않도록, 그 사이로 잘.
비스듬하게 들어가면 실패할지도 모르니까 90도로 똑바르게.
이런 생각을 해도 아무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할 수 있어.
너무 오래 살았어. 이제 그만하고 싶어.
'나'로 사는 것 따위, 이젠.
"스으~ 후우~"
그때, 옆에서 자고 있는 막내 아이의 숨소리가 저의 생각을 멈추었습니다.
'...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안 되죠, 그래도 엄마인데. 그런 험한 꼴을 애들한테 보여서야.
그래서 저는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이혼하자."
애들을 전부 남편에게 보내고, 그들에겐 이후로 한 번도 안 찾아온 비정한 어미로 남으리라.
적어도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만은 알게 하지 않으리라.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나 당신 어머니랑 더 이상 엮이기 싫다. 당신도 싫다. 이혼하자.
그러자 할 줄 알았는데, 어머니를 선택할 줄 알았는데, 남편은 의외로 저를 붙잡았습니다.
기회를 달라고요. 이제부턴 잘하겠다고요.
"애들을 생각해서, 제발..."
애들을 위해서는 엄마가 망가지는 꼴을 보이느니 그전에 빨리 헤어지는 게 낫겠지만.
"후회 안 하게 할게."
후회.. 후회...
그러고 보니 일생에 후회되는 일이 있긴 했습니다.
뭐 하나 후회를 남기지 않을 정도로 노력해 본 적이 없다는 거였죠.
"... 그럼 한 달, "
한 달. 응모기간 동안 죽어라 써보자.
"그 후에 정하자."
그땐 후회 없이 죽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