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웹소설 플랫폼 입성기(9)

내게 숨을 불어넣은 그 한마디

by Outis

저랑 비슷한 연배의 분들은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릴 적 한 미국 TV 시리즈가 인기리에 방영되었습니다. 옴니버스식으로 매편 짤막하지만 임팩트 넘치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깊은 여운을 남겼더랬죠.


한국어 더빙판 제목은 "환상특급", 원제는 "The Twilight Zone"입니다.


늦은 오후였는지 저녁시간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저는 매일 그 시간이 되면 TV 앞에 앉아서 넋을 놓고 보았습니다.


외계인도 참가하는 진짜 '미스 "유니버스"(The Miss "Universe")' 대회, 뭔가 내려주면 음식에 대한 보답이라며 보물을 올려주는 신기하고 으스스한 우물(마지막에 "우리는 '그것'을 치킨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뭐 또 없나요?"에서 소름이..), 어느 날 갑자기 자기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단어를 다른 뜻으로 쓰고 있어 결국 말을 처음부터 새로 배우는 남자(언어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 더 잔인하다), 알고 보니 자기와 자기 가족이 외계인이었고 고향별로 돌아가야 해서 둘도 없는 친구와 이별하게 됐는데 또 알고 보니 그 친구도 외계인이어서 우주선에서 재회한 이야기 등등.


매 에피소드가 참신하고 재미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게 본 걸 꼽으라면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한 여자가 여유롭게 가족과의 피크닉을 즐기고 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평화로운 오후 공원에서.


치마와 앞치마를 입고, 파마머리를 하고, 요리와 집을 가꾸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딱 그 시대의 전형적인 주부인 그녀는 돗자리에 옆으로 누워 이 아름다운 순간을 만끽합니다.


잘생기고 자상한 남편이 그녀에게 말을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글리치가 생기죠.


착각인가? 아니요. 점점 더 심해집니다.

당황한 여자는...



"どうして、"



웬 캡슐 안에서 눈을 뜹니다.

그것은 노동자들을 위해 만든 휴게공간이었죠. 곧 휴식시간이 끝나 다시 일하러 가야 합니다.



"そちがリアルで、"



너무 갑작스레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그녀가 지나가는 한 남자를 붙잡습니다.

그러나 아까 거기가 가상현실이었다는 사실만 재확인하고 말죠.


"아무래도 기계에 이상이 있었던 것 같다."


제가 기억하는 엔딩은 남자의 그 한 마디와, 다시 캡슐 안에서 잠이 드는 여자의 평온한 미소입니다.

아마 그녀는 '영원한 꿈' 속에 빠져들었겠죠.



"こちがバーチャルなの?"



이걸 계기로 현실과 가상, 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제가 그 이후로도 이런 비슷한 주제에 흥미를 보였다는 거예요.


그리고 훗날, 웹소설이라 간주되는 것을 끄적이고 있는 제게 우연히 위의 '저 질문'이 찾아옵니다.

제 마음에 충격파처럼 큰 파문이 일었어요. 그것이 닿고 지나간 기억과 이미지들이 마구 떠올라 넘쳐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매너리즘 속으로 가라앉고 있던 저는 수면에 올라 숨을 쉰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건 또다시 가라앉는다 해도 잊을 수 없을, 설령 들이쉰 것이 맹독이어도 상관없을 정도의,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남겼어요.


그리고 때마침 그즈음에 문피아에서 '지상최대공모전'이 시작됩니다. 네이버와 연계된 이벤트라 네이버에만 몸담고 있던 저도 그 소식을 접하게 되었지요.

그런 게 있단 것도 처음 알았고, 문피아란 곳도 생소했지만, 저는 홀린 듯이 참가 자격 및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문피아에 가입하고, 정보도 알아보지 않고 급하게 공모전 참가 준비를 했죠.


참가작의 제목은 'Butterfly in Web'. (제목이니까 관사고 뭐고 다 무시닷!)

현재 연재 중인 '버터플라이즈 인 더 웹'의 시초입니다.


좋아하는 주제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들뜬 마음과, 분명 실망스러운 결과일 거라는 비관이 혼재한 가운데, 순수한 충동이 손가락을 움직이게 했습니다.


변화를 바라는 충동,

확인하고 싶은 충동,


그리고


'타나토스(Thanatos)', 죽음에의 충동.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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