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웹소설 플랫폼 입성기(11)

1(One)

by Outis

"... 뭐 해?"


혼자 따로 앉아 있는 저에게 남편이 물었습니다.


"......"


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계속 휴대전화 화면만 보았습니다. 거기엔 코모도 드래곤 두 마리가 파충류 특유의 무감각한 표정을 하고서, 혀를 날름거리며 사슴 한 마리를 산채로 뜯어먹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죠.

배가 가장 부드럽고 안에 영양가 많은 내장이 들어 있어서일까요. 코모도 드래곤들은 사슴의 배를 집중적으로 물어뜯었습니다. 옆으로 누운 사슴은 다리에 붉은 피를 흘리며 가끔 고개만 들어 올릴 뿐, 이렇다 할 저항을 하지 못했어요.


"진짜로 죽고 싶다면, 어떻게 죽든 상관없어야 되겠지."


제 무미건조한 중얼거림을 남편은 아무 말없이 듣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내장부터 뜯어 먹혀도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야 진짜로 죽고 싶은 거겠지."


저는 심연처럼 검은 사슴의 눈을 응시하며, 그날밤 느꼈던 무감각이 아직 제 몸을 감싸고 있음을 다행스럽게 여겼습니다.


이대로라면 정말 가능하겠다, 생각하면서요.




한 달.

망설임 없는 결단을 위해 주어진 유예기간.


저는 그 시간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 남편에게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나 웹소설을 쓰고 있어."


남편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공모전에 한번 나가 보려고."


"그래."


"한 달 동안 하루에 5,000자씩 써야 해."


"5,000자.. 많네. 가능해?"


"그래서 방해받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알겠어. 지금부터 막내 재우는 건 내가 할게."


좋은 결과가 있으면 혹 제 마음이 돌아설 거라 기대한 걸까요. 남편은 시간이 날 때마다 저더러 글을 쓰라고 방으로 보냈습니다.

그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을 걸 알면서, 저는 그를 이용했습니다. 물론 죄책감이 들었지만 마음을 뾰족하게 갈았어요. 어차피 당신도 날 이용했으니, 나도 당신을 이용하겠다고.


마음을 잘못 써서일까요. 아니면 후회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일까요. 시간이 더 여유로워졌는데 일의 진척은 훨씬 더디기만 했습니다.

보름 정도 지나자 글을 쓰는 것도 아니면서 컴퓨터 앞에 멍하니 앉아 있기 일쑤였고, 버린 시간을 보충한다며 잠도 자지 않았어요. 그런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면서 머리는 더 안 돌아가고, 글은 안 써지고, 악순환이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었죠. 준비를 철저히 해도 모자랄 판에 충동적으로 덤벼들었으니까요. 미리 올릴 분량을 써놓을 새도 없어서 당일 올릴 글을 그날 쓰고 있었던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짓이었고요. 게다가 몸도 마음도 엉망이니, 좋은 글은 고사하고 읽어줄 만한 게 나올 리조차 만무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분명 글은 엉망인데 생각보다 많은 '추천'과 '선호작' 등록이 달리지 않겠어요? (브런치의 '라이킷(Like it)'과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문피아에서 글을 라이킷 하는 건 '추천', 작품을 라이킷 하는 건 '선호작' 등록이라고 합니다.)

그래봤자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엄청 낮은 숫자였고, 망작을 벗어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지만, 그래도 제 개인 기록상으로는 최고치였습니다.

저는 '아, 문피아는 네이버보다 시장이 큰가 보다' 하며 들뜨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더군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는 곧 진짜 이유를 알게 됩니다.

추천 수와 정확히 같은 숫자의 댓글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어요.


"추천 눌렀습니다. 저도 공모전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도 추천 부탁드립니다."


멍청하게도 전 그때까지 몰랐죠. 제 수준의 소위 웹소설 "작가"에게는 동종업계 종사자, 즉 '생산자가 소비자'란 것을요. 저는 이걸 '품앗이'라고 부르는데요, 쉽게 말하면 작가들끼리 서로 조회수 올려주는 겁니다.


그들이 저를 고른 이유야 뻔했습니다.

조회수 하나하나가 아쉬울 정도로 인기가 형편없으니까요.


그럼 그렇지.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습니다.

그래도 받은 만큼 돌려줘야지 싶어서 일일이 찾아가 추천을 눌렀습니다.


반전 같은 건 없이 공모전은 끝이 났습니다. 어울리지도 않게 '작품 광고'까지 하고, 낯짝도 두껍게 또라이짓이며 신세한탄이며 별짓 다했는데, 결국 그게 끝이었습니다.


응모기간이 끝나자마자 몇 초도 안 돼서 선호작 숫자가 쭉 곤두박질치더군요.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꺼번에 취소를 한 거죠. 더 이상 쓸모가 없으니까요.

그들에게 저는 그야말로 숫자 '1'에 지나지 않았던 겁니다.


"아하하하하."


정말 웃음 밖에 안 나왔어요.


"딱 나한테 어울리는 말로잖아."




"역시 헤어지자."


제 마음에도 변화는 없었습니다. 남편이 이혼은 절대 안 해줄 거라고 버티기에 저는 일부러 더 매정하게 말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애들이 엄마 시체를 보게 될 텐데, 괜찮겠어? 애들을 생각해야지."


충격을 받은 남편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화난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그래도 안돼."


"어째서?"


"당신은 이혼해도 죽을 거잖아. 안 그래?"


아주 천천히 눈을 한 번 깜빡인 후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응."


"그러니까 안돼."


남편은 단호했습니다. 저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왜? 난 이제 당신이 필요로 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야. 당신 어머니에게 바칠, 아무리 때려도 가만히 있을, 순하고 멍청한 여자로 더 이상은 있어 줄 수가 없다고."


"... 무슨 그런, 그런 게 아니야."


그의 손이 제 손을 잡았습니다.




저는 차선책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습니다. 이혼하기 전에 제가 무너지거나, 이혼을 못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요.


'어디 가서 끝낼까.'


모텔 같은 데 갈까. 그래도 남의 사업장은 좀 그런가. 그럼 외진 숲 속 같은 데서 할까. 그래, 그게 낫겠다.

방법은?


그러는 와중에 저는 계속 글을 썼습니다. 공모전도 끝났고, 삶을 끝내는 것도 실행만 남은 마당에, 그새 버릇이 되어서였을까요. 아니면 꼭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여서?

매일 올리던 걸 일주일에 한 번 올리니 그나마 남아계시던 분들도 떠나시더군요. 저는 그저 웃었습니다.


'잘됐네. 살려두면 안 될 이유가 또 생겨서.'


어느덧 1까지 내려간 선호작 수, 저는 그게 0이 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 마지막 한 분이 취소를 안 하시는 겁니다.


'취소하는 걸 잊었거나 문피아에 발길을 끊으신 거겠지.'


그래도 혹시나, 나중에라도 보시라고 저는 그분을 위해 공지를 썼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이 말을 써야 하는데... 어째서일까요.


[리메이크를 하기로 했습니다.]


엉뚱한 소리를 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내장부터 뜯어 먹혀도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야 진짜로 죽고 싶은 거겠지."


남편은 묵묵히 시선을 떨구었습니다.

무감각을 놓지 않으려 애쓰며, 저는 전화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사슴의 마지막을, 움직임이 멈추고 숨이 끊어지는 걸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중간에 뭔가가 보였습니다.


"..!"


저는 눈을 크게 뜨고 숨을 멈추었습니다. 전화기를 잡은 손가락에 힘을 주고, 이를 까득 물었어요.


'이런, 젠장..!'


그건 사슴 뱃속에 있던 새끼였습니다.




[감사해요.]


"......"


[작가님처럼 아동학대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어른이 계셔서...]


'아닌데, 나는 그저...'


복수를 하려 했을 뿐인데. 지극히 개인적인 복수.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누군가의 아픔을 알게 된다면, 아무도 모르는 일, 소리 없는 울음을 듣게 된다면... 그럼 참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요.


그런 인사를 들을 자격이 없는데. 제 인생 하나 제대로 지지 못하는 한심한 인간인데.




'빌어먹을.'


새끼가 든 양막이 벌어진 어미 뱃속에서 끌려 나왔습니다. 코모도 드래곤의 입이 그 양막을 찢었어요. 눈도 뜨지 못한, 숨 한 번 들이마셔 보지 못한 어린 생명은 이미 죽었는지 얌전히 있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을 한 파충류들을 노려보았습니다.

'뭐라도 좋아.'


감각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랐는데.


'아무 타격도 주지 못한다 해도, 아무렇지 않은 저 얼굴에 한 방 날려줄 수만 있다면.'


무너질 게 뻔한데.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일, 미련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이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 보았는데 너무 부끄럽더군요. 뭐가 됐든 그런 걸 남기고 싶진 않았기에 저는 전부 리메이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네이버의 독자님들께 양해를 구하자,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한 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괜찮아요. 작가님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


[기다리겠습니다.]




"그런 게 아니야."


남편은 그날 제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혼자 두지 않을 거야."




해피엔딩이냐고요? 그럴 리가요.


저는 그 이후에도 계속 멈춰 서고, 주저앉았습니다.


하루는 매일 오르던 계단 앞에서 꼼짝도 못 하고 서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남편이 걱정스레 물었죠.


"왜 그래?"


"... 못 올라가겠어."


"왜, 어디가 아파?"


"아니."


어디로 가는지, 그게 맞는지.


"올라가도 어차피 아무것도 되지 않는데..."


살아도 바뀌지 않는데.


"올라가야 하는지, 모르겠어."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며, 그래도 계속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숨을 몰아쉬며, 저는 제자리에 서있었습니다.


그저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일 뿐인데요. 정말이지 어이가 없는 이 상황에서 남편은,


"괜찮아."


저를 토닥였습니다.


"올라가지 않아도 괜찮고, 그 자리에 계속 서있어도 돼. 힘들면 계단에 앉아도 돼. 괜찮아."


괜찮다, 그 한 마디에 거친 숨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아주 한참 뒤에, 저는 한 걸음 내디뎠어요.

그 한 걸음은 또 한 걸음으로 이어졌고, 저는 계단을 다 올라갔습니다.



1, 하나. 정말 작은 숫자.

그 작은 것이 저를 여기까지 굴러오도록 만들었습니다.


다 제 착각이었을 수도 있고, 상대가 착각한 것일 수도 있죠. 그것도 아니면, 그저 제가 '1'의 가치밖에 안 되는, 보잘것없는 존재여서일지도요.


그렇다 해도, 어쨌든 저는 여기에 있습니다.


마지막 마무리를 전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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