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웹소설 방랑기(i)

이름 없는 자, 여기 있었다.

by Outis

결국 다시 원점.

저는 제가 쓰고 싶은 대로 휘갈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뭘 쓰고 있었던 걸까요.

내용은 비루하지만 지어낸 이야기니 굳이 범주화하면 '소설'에 속할 것이고, 온라인에 업로드했으니 '웹소설'이라 불러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웹소설'이 아니었습니다.


역시 틀린 것일까요.


누구와도 상의할 수 없는 아집, 거기에 사로잡혀 운명 같은 외로움을 곱씹었습니다.

눈물과 핏물로 벽에 이름 불릴 일 없는 이야기를 새겼습니다.


"괴로워어~!"


쓰는 게 너무 괴로워서 손을 놓아 보기도 했습니다.


"괴로워..."


쓰지 않아도 괴로운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 탁. 타닥.


다시 원점.


"제발.. 누가 내 머리 좀 내리쳐줘."


그럼 머리가 망가져서 못 쓰게 되거나, 정신이 번쩍 들어서 그만두거나, 둘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럴 사람은 없죠. 누구도 남의 인생을 위해 자신의 친절을 버리지 않습니다.


"... 맞다."


그때 문득 떠올랐습니다. 개의치 않고 한 방 날려줄 누군가가.


"브런치."


이미 낙방한 경험이 있었기에 제게 브런치는 너무 높은 허들이었습니다.

제 글, 그것도 웹소설 따위가 감히 넘볼 곳이 아니었죠.


모두가 잠든 조용한 새벽. 저는 단 몇 분만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마쳤습니다.

이제 남은 건 저번처럼 "아쉽게도 이번에는(정확히는 '이번에도'지만)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라는 소식을 듣는 것이었죠.


'숙려 했다는 걸 보이기 위해 일주일 이후에나 오겠지.'


저는 모든 걸 놓을 준비를 하고 마음을 비웠습니다.


'그래, 3년. 개도 풍월을 읊을 세월인데, 그만큼 해봤으면 됐어.'


차가워진 몸을 이불속에 구겨 넣자 참았던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잠이 들고, 그다음 날.


"... 어?"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거짓말이지? 아니, 이러면 곤란하다고요."


2024년 11월. 줄곧 망망대해를 혼자 헤매다가 위치라도 전달받은 날.

저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한 방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왔습니다.


브런치에서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며 깨달았어요. 글은 글쓴이를 참 많이 닮는다는 것을요.


제가 정말 진심을 다해 응원하는 작가님들이 몇 분 계시는데요, 그런 분들의 글은 빛이 납니다.

생각의 깊이가 남다른 글, 지혜가 넘치는 글, 진정성이 눈길을 붙잡는 글, 문장이 수려한 글, 따스한 글, 용감한 글, 지적인 글 등등...

'글은 이래야 하는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에 비해 제 글은, 쓰고 싶은 대로 쓰니 당연하겠지만, 저를 너무 닮았어요.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만큼 수많은 스타일의 글도 있겠죠. 그러나 굳이 다 필요하진 않을 거예요.

나 하나 없어져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을 세상. 이제야 제 위치를 알았고, 이제야 조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고독사'라는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아요.


어차피 그렇게 될 운명, 마음 편히 벽에 똥칠.. 이 아니고, 아 그게 맞나? 글을 새기려 합니다.

알아볼 사람 없이 끝내 낙서 취급을 받겠지만, 그래도 그게 제 비목인걸요.



Outis(nobody; 아무도 아닌 것).

'이름 없는 자, 여기에 있었다'라고.




(장황하게 썼지만 결국은 여기에 계속 똥칠 웹소설을 올릴 거란 소리네요. 하핫.)



keyword
이전 17화나의 웹소설 플랫폼 입성기(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