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은 무한대에 수렴한다.
며칠 전, 저희 가족은 멀리 나갈 일이 있었습니다. 장장 3시간의 드라이브. 꼼짝 못 하고 차 안에 갇힌 아이들은 슬슬 지루함에 몸을 비틀었죠.
출발한 지 두어 시간쯤 지났을 때, 건드릴 동생들도 잠이 들자 무료해진 첫째가 저희 부부에게 농담을 던졌습니다.
"If 'Right' is 'what is right' and 'Left' is 'the left', what is 'Center'?"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거였던 거 같아요... 영어 싫어요. 쭈글쭈글...)
"... 어?"
영어권에서 자란 남편은 바로 알아듣고 피식 웃었지만, 영어에 취약한 저는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되물었습니다. 다시 들어보니 대충 이런 뜻이었어요.
"만약 오른쪽이 옳은 거고 왼쪽이 나머지라면, 중앙은 무엇일까요, 이 얘기야?"
"네."
"말장난이구나?"
"네, 헤."
요새 궤변을 늘어놓는 유튜브 비디오를 계속 찾아보더니, 저것도 어디서 주워 들었나 보네. 네가 어지간히 심심했구나.
저와 남편은 그냥 웃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첫째는 이에 그치지 않고 2절까지 갔어요.
"And, what's 'Up'(그리고 위는 무엇일까요)?"
"... 'What's up(격식 없이 가볍게 건네는 인사말, 또는 '뭔 일 있냐'고 묻는 말)'에서 나온 거로군."
"네, 히히."
여기까지 듣고 나니 저 난센스 질문에 꼭 답을 해주고 싶다는 오기가 생기더군요. 저는 열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뭔가 있을 거 같은데...
"으음... 으음..."
제가 또 쓸데없는 데에 빠져든다 싶었는지 남편이 딱 잘라 말했습니다.
"그냥 오른쪽은 옳은 거고 왼쪽은 틀린 거야. 중앙은 그 나머지고."
"아니지. 이 질문의 똑똑한 점은 왼쪽을 '옳은 것을 뺀 나머지'로 정한 거야. 옳지도 틀리지도 않은 것, 즉 맞았는지 틀렸는지 아직 모르는 것도 왼쪽에 속하는 거지."
"그쵸!"
농담을 꺼낸 장본인인 아들은 뿌듯해하며 제 말에 맞장구를 쳤어요. 그에 탄력을 받은 저는 저만의 궤변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습니다.
'옳은지 아닌지 모르는 것... 가만, 모른다... 오른쪽, 왼쪽... '위'?'
머릿속에서 3차원 축이 떠올랐고, 저는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그리고 신이 나서 아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죠.
"문제에서 옳음과 나머지를 오른쪽과 왼쪽으로 빗대었으니까, 우리도 공간적인 접근을 해보자."
"예?"
"자, 잘 생각해 봐. 평면 공간을 오른쪽과 왼쪽, 둘로 나누어. 한쪽은 옳은 것, 다른 쪽은 나머지."
"네."
"좋아. 이 정확히 둘로 나뉜 평면 공간에서 중간은 엄밀히 보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
"네, 그렇죠. 선은 면적이 없으니까."
"그럼 이번에는 평면 위에서 평면으로 내리 꽂히는 한 직선을 상상해 봐. 공간이 3차원으로 확장되는 거야."
"네."
"평면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위'는 인지할 수 없는 것이야. 그렇지?"
"어... 네. 그쵸."
"즉, '모르는 것'이지. 이건 옳은지 아닌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과 달리, '모르는 것조차 모르는' 완전한 무지를 뜻해."
"... 아!"
"결국 Up, '위'는 '완전한 무지'이며, 그 완전한 무지가 평면 세상에 떨어지는 지점, 즉 깨달음 직전의 순간이 Center, '중앙'이 되는 거야."
"오오~"
제 궤변에 말려든 아들은 박수를 쳤고, 남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습니다.
후훗, 내가 못 풀 줄 알았지? 풀었지롱. 기고만장해진 저는 2절을 넘어 뇌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2차 평면 공간에서는 그렇고, 그럼 1차 공간인 선에서도 이게 적용 가능한지 생각해 보자. 위라는 건 동서남북의 북에 해당하기도 하고, 이는 2차 평면..."
"엄마. 거기까지만 해요."
"아니 잠시만, 좀 더 생각해 보자. 그러니까..."
"아이고, 여보..."
확신의 N, 돌아이를 엄마/아내로 둔 가족들, N번째 괴로움을 당하는 중.
오늘도 N은 무한대로의 수렴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희생자의 수 n도 확장을 시작합니다.
그건 바로, 여. 러. 분.
대체 여기서 왜 이러냐고 물으신다면, 주변 물질을 흡수하여 자신과 같은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 생명의 본질 아니겠습니까.
사고 또한 생명 활동의 산물... 아니, 어쩌면 생각이 인간을 이용하여 생식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