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놀기 04 : 같은 책, 다른 장면

by 수안

같은 책과 같은 활동지를 들고 있었지만, 수업은 늘 똑같은 모습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준비해 간 설계와 흐름은 있었지만, 막상 수업을 시작하면 반마다 또 다른 의외의 방향과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두 번째 반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한 여학생이 말했다.
“저는 선생님 얼굴만 볼래요.”
수업 자체보다 사람에 먼저 반응하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웃으며 정 힘들면 그래도 된다고,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누자는 말을 건네며 자리에 섰다.
막상 시작하니 분위기는 달라졌다.


책에 나올 단어를 먼저 맞히겠다고 손이 올라갔고, 누가 더 많이 찾는지 은근히 경쟁이 붙었다. 모든 아이들이 각자의 단어가 반복되는 숫자를 탐정처럼 예측했고 가장 근접한 숫자를 누가 맞출지에 설레는 긴장이 감돌았다. 답이 7번이었을 때, 늘 말수가 적었던 아이가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6과 8을 예측한 경우엔 누가 더 가깝게 맞춘 건지를. 그 순간 기꺼이 동점이라고 말해주었다.

“이 사슴은 내 거야.”
같은 문장이었지만, 상황에 맞게 각자의 감정을 담아 대사를 말해보는 시간, 여학생들은 대부분 또박또박 친절한 톤으로 말했고 남학생들은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주장하듯 표현했다. 목소리만으로도 장면의 온도가 확 달라졌다.
그 와중에 수업 전 내 얼굴만 보겠다던 그 여학생이 말했다.
“저 활동지 하고 싶은데 먼저 해도 돼요?” 활동의 순서가 있었기에 기다리자고 했다. 마지막에는 한 장을 더 해도 되는지를 물으며 더 하고 싶다고, 재미있다고도 말했다. 시작할 때만 해도 과연 집중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갈수록 몰입은 깊어졌고, 가라앉을 것 같았던 마음은 어느새 한결 가벼워졌다.


첫 번째 반은 또 다른 결이었다.
의자를 돌려 앉고, 갑자기 찹쌀떡을 외치고, 활동지를 말아 사슴뿔을 만들었다. 예상치 못한 말과 웃음이 번졌다. 그 분위기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은 평소와 달랐다. 웃다가 토할 뻔한 아이, 말하지도 않은 미션을 스스로 찾아서 해낸 아이, 줄글에 빼곡히 표시를 남긴 아이 등 즉흥적으로 튀어 오르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나는 앞에서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흐름을 붙잡고 있었다. 너무 벗어나지 않도록 살짝 방향을 잡고, 멈출 때는 멈추고, 지켜볼 때는 지켜보았다. 같은 책이었지만,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 다름을 통제하기보다 균형을 잡아가려는 순간, 수업은 교감을 이어간 연출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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