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자주 다니는 맥도날드에 갔다가 애플파이가 없어진 걸 알았다. 한동안 아쉬운 마음에 단종이라는 안내를 믿고 싶지 않았다. 내가 잘못 본 건 아닐까 싶어 키오스크 화면을 몇 번이나 다시 넘겨보았다. 그저 평소의 습관대로 손가락이 움직여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주 먹던 메뉴였다. 주문 시 한동안 거의 늘 같은 순서로 눌러왔다. 아이스커피 다음, 애플파이 두 개. 그 조합은 배고픔 때문이 아니었다. 몸을 조금 풀어두고 정신은 너무 느슨해지지 않게 붙들어두는, 나만의 균형 같은 것이었다.
그날은 커피만 들고 자리에 앉았다. 배가 고픈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 빠진 기분이었다. 익숙한 리듬이 끊긴 느낌에 가까웠다.
생각해 보니 예감은 있었다. 그 이전에 우연히 다른 지점에 들를 기회가 있었는데, 메인 화면에는 애플파이가 남아 있었지만, 막상 주문 화면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직원은 “저희 지점에선 판매 종료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때 알았다. 곧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바로 그 당시에는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자주 가는 동네 지점에서는 몇 번 더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때 즈음에 애플파이를 먹을 때는 혀끝에서 느껴지는 미감이 더 생생했다. 겉의 바삭함은 더 고소했고 속의 따뜻함은 조금 더 부드럽게 오래 머물렀다. 달콤함과 새콤함이 유난히 분명했다. 곧 없어질 맛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있을 때는 당연했던 것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사실 앞에서는 갑자기 그 자리가 갖는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이별을 예감하던 그날은 맛을 음미했다기보다 그 시간을 조금 더 붙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스커피 다음에 애플파이를 누르는 그 순서를 조금 더 의식하며 반복했다.
어느 날은 있고 어느 날은 없고, 지점마다 다르고, 화면에는 남아 있는데 실제로는 끝나 있기도 하다. 리뉴얼은 한 번에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씩 예고하고 잠시 남겨두었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사라진다. 나는 그걸 몇 번 더 먹었고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나는 그 공간 자체가 주는 편안함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 공간에서의 나를 좋아했던 것 같다. 주차가 해결되고 몸이 느려지고 아이스커피로 초점이 돌아오고 애플파이로 감각이 깨워지던 그 상태, 그 상태로 들어가는 문 하나가 조용히 닫힌 셈이었다.
사라진 건 간식이지만 어색해진 건 나의 리듬이었다. 빈칸은 메뉴판에 생긴 것이 아니라 내 일상의 한 순서에 생긴 자리였다. 그래도 그 공간에 가면 손은 여전히 아이스커피 다음 칸을 한 번 더 훑는다.
애플파이는 리뉴얼이 될 때마다 다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메뉴 중 하나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 예고 없이 다시 나타날지도 모른다. 막연하지만 그날을 조금은 무심한 듯 기다려본다.
의식은 거창하지 않다. 반복 속에서 생긴 작은 질서다. 그 질서가 흔들릴 때 우리는 잠깐 멈춰 선다. 애플파이는 없어졌지만, 그 상태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의식은 메뉴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몸에 붙어 있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