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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길에서 만난 낯익은 고양이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Apr 27. 2020
뭐든 시작은 낯설다.
발걸음 각도를 살짝 꺾어 익숙한 길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어
색하고 불편하다. 뇌가 긴장하고 그동안 편했던 근육들이 열중쉬어 차렷 하며 배열을 찾는다.
보슬보슬
봄
비 오는 날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려고 우산을 쓰고 길을 나섰는데 비가오니 버스타고 갈까하다가 편의점과
교회 사이
로
좁은 계단길이 보여서 그 길로 가보기로 했다.
도서관은 산너머에 있기때문에 산길로 평소에 잘다니기는 했다.
산길로 올라가는
계
단에는 비에 젖은
빛바랜 분홍색 꽃잎들이 떨어져
추
레
하
고
미끄러웠다. 열광했던
꽃날이
발
끝에서 나뒹구는 느낌이 들었다.
"괜히 이쪽으로 왔나"하고 초반부터 후회가 됐다.
계단을 다 올라오니 세 갈래의 산책길이 나왔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아무 생각 없이 편해 보이는 길을 한참 걸었는데 익숙한 건물이 보이는 게 동네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고바위 언덕을 거꾸로 다시 올라가면서 슬슬 짜증이 났다.
"
고생을 사서 하는 구먼"혼잣말을 하며 다시 처음부터 산길로 접어들어야 했다. 그런데 안 가본 길을 가니까 새로운 동네 산으로 접어든 것 같은 느낌이 났다.
낯설게 함이란 타성에 젖은 관계의 변화인 것이다.
비 오는 숲은 녹색의 나무 냄새와 습기로 수채화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길을 벗어나 약간 다른 길로 걸었을 뿐인데
너
무
달
랐다. 오래 산 동네여서 눈감고도 걸어 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니던 길만 다
녀
서 인듯했다.
조금 걸으니
봄비를 맞아서 그런지 더욱 선명하게
눈에 확 들어오는 연둣빛이
쏟
아져 내
리
는 나무를 만났다.
이 산에
이렇게 멋진 나무가 있었던가 생각되는
'
참나무'를
만난 것이다.
약간 기울어진 언덕에 비스듬하게 서있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지만 나를 환영하듯 연두색 잎들이
살방살방
손
을 흔든다.
한동안 이 나무를 보러 이길로 산책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
다
.
'이
길로 오지 않았다면 이 오색 찬란한 연둣빛을 못 봤을 것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시작은 새로움을 만나는 재미가
있
지만 시행착오도
격
으니 조심할 일이고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사람 속과 길은 참 미로 같은 면에서 서로 닮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 안다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생각했는데 의외로운 모습에"저 사람 속은 정말 모르겠어 "하는 순간이 있다.
인간관계도 익숙하고 편안하면 함부로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새 학기 되어서 짝과 친해질 때 설렘과 새로이 연애할 때의 떨림도 다
잊
고 말이다.
또 타인의
행
동이 평소와 다르면 긴장되고
낯설다.
그래서 "너 참 낯설다"라고
말하고는 하는데
서
로 긴장 좀 하자의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길도 안 가본 길은
미로 같은데
삶은 여러 갈래의 미로 찾기다라는 말이 와
닿는 순간이다.
산에서
도로 밖으로
나가는 길을 못 찾아 산길을 그 자리에서 왔다 갔다 몇 번 해서야 밖으로 나
가
는
출
구
를
찾았다. 거기서 뒷산에 사는 갈색 길고양이를 만났다.
갈색 고양이는 개나리가 활짝 필 때 개나리 숲에서 꽃잠을 자던 귀여운 녀석인데 그 고양이를 보려고 멸치 한 줌을 들고 매일 산책을 나갔었지만
못 만나서
포기했었다.
반가움이 앞서
낯선 길에서 만난 길고양이
에
게 말을
걸었다. 마치
이정표 없는 작은
미
로판 같은 산책길의 끝을 알리는 소소한 코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
냐옹"
"참 너도 비 오는데 빨빨거리고 잘도 다닌다"
하니
"냐옹 니야옹
"하고 대답을 한다
.
다음에는 주머니에 고양이에게 줄
멸
치를 예전처럼 넣어 산책을 해야겠다.
돌아다니는 녀석이라 언제 만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이 모 든 것이 낯선 길로 접어들게 한 시작이 준 재미
다
뭐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니 미로 찾기 같은 길도 인간관계도 가다가 막히면 돌아 나와 계속 가
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
로로 나오니 우산밑으로 가깝게 도서관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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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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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
안가본 골목길이나 시장통 구경하며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이웃들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인생맛 레시피에는먹는 맛과 사는맛이 닮아있다. 그걸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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