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콩트 '어떤 상주'

사는 맛 레시피(슬픔의 맛)

by 달삣

십수 년간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는데 돌아가셨다는 작은 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장남인 나는 장례식장 상주 노릇을 하러 갔다. 작은 아버지가 한소리를 한다.


"니 아버지가 위독하다는데 병원 한번 안 오니?"하고 소리를 버럭 지른다."작은 아버지도 십수 년 만이다. 만나자마자 호통부터 친 것이다.


저 구석에는 모르는 여자가 엄마 자리를 대신하고 있고 문상객들은 조심스럽게 신발을 벗고 영정사진 앞에 머리를 조아린다.


'왜 슬픔이 와 닿지 않지 '


생판 모르는 아버지 친구들과 작은 아버지의 지인들이 와서 부조를 한다."야가 가가" 아무래도 작은 아버지가 나를 조문객들에게 소개하는 것 같다.


오래전 아버지와 마지막 인사를 하던 날

아버지는 "밥 굶지 말고 호박 된장찌개에 두부 썰고 파 넣고 해서라도 먹어라"했는데 그 말이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시골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서울 가는 차를 타자마자 울음이 터졌는데 그치질 않았었다.


갓 스믈이 넘어서 아버지품을 떠나는데 이제는 아버지를 못 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품을 완전히 탈피하는 느낌이 들었다. 서로에게 많은 밑바닥을 보여줘서 일게다.


작은아버지가 장남을 소개하는 것 같다. 엎드려 조문객과 인사를 하는데 너무나 낯설고 긴장된 어색한 분위기에서 웃음이 한꺼번에 터졌다. 어느 누가 보냈는지 흰 국화 화환 리본이 눈에 들어왔다. ' 피터 월쇼'


외국인 피터 월쇼의 '쇼'다. 리본의 화환 이름 주인이다. '그래 이건 쇼야 쇼쇼쇼'


갑자기 효자 장남 답게 슬퍼해야 하나 "끌끌 끌끌 꺼이꺼이"허접하게

웃고 나니 그때부터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마치 오래전 아버지와 이별했을 때처럼 눈물 콧물이 마구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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