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 나는 영화

사는 맛 레시피(되새김의맛)

by 달삣

붉은 수수밭 고량주)


요즘 예전에 본 영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일종의 되새김질이랄까. 아니면 강렬한 빨간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술 고량주 때문이었을까?


20대 초에 본 ‘붉은 수수밭과 50대 중반에 본 붉은 수수밭의 영화의 느낌은 영 다르다.

20대에 본 느낌은 그저 빨간 이미지뿐이고 줄거리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세 자매가 동생네에서 점심을 먹고 ‘붉은 수수밭’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제목 찾기부터” 뭐, 그거, 거시기, 빨간 수수밭이 펼쳐져 있고 여배우 공리 나오고 고량주 만드는 영화인데 제목이 가물가물하네”


할 수 없이 스마트폰 검색으로 제목도 알아냈고 2012년 중국 14억 인구 최초 노벨 문학상 받은 모헨의 소설 원작으로 장예모 감독의 첫 작품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고량주는 수수를 발효시켜 만드는 다른 술과는 달리 불을 갖다 대면 옮겨 붙는 40~60 도수도 높은 술이라고 했다.-팟캐스트 <차이나는 무비>


고량주의 원료인 수수는 씨 뿌려두면 저절로 자란다는 말이 있을 만큼 생명력이 강한 곡물이다.

그래서 메마른 땅이나 거친 땅에서도 햇볕만 있으면 잘 자란다.-살아있는 한자 교과서-


오랜 시간이 지났고 영화 줄거리도 생각나지 않는데도 붉은 수수밭과 욕망의 덩어리로 표현된 남자의 상체의 누드는 영상처럼 선명하다.


영화의 줄거리는

18세의 어여쁜 추알은 가난한 죄로 나귀 한 마리와 맞바뀌어 50이 넘도록 독신으로있는 양조장 주인인 리 서방에게 팔려간다. 가차 없이 내리쬐는 햇볕으로 가마꾼의 벗은 상체가 번들거린다.


가마꾼 유이찬아오는 추알의 가마 커튼 사이로 언뜻 보이는 가죽신에 꽂히고 추알은 우람한 몸유이찬아오에 꽂힌다. 드디어 산행길에 올라 친정으로 가던 날 젊은이들은 붉은 수수밭에서 맺어진다


추알의 남편은 살해되고 혼자 양조장을 꾸려 재건 하지만 그녀를 범한 유이찬아오는 동침한 사실을 떠벌리며. 그녀를 괴롭히려 새로 빚은 고량주에 오줌을 누지만 어느 해보다 맛있는 고량주가 된다.


유이찬아오가 추앙의 남편으로 양조장을 돌보게 된다. 그 후 마을의 평화는 들이닥친 일본군들에게 깨지고 생활의 터전 수수밭은 군영 도로를 위해 베어지고 분노한 주민들은 고량주에 불을 붙여 일본군과 싸운다.




전투 중에 추앙이 일본군 기관총 세례에 쓰러진다.


뒤늦게 터진 폭탄으로 피로 물들고 화염에 휩싸인 수수밭 사이로 불사조처럼 유이찬아오 부자가 우뚝 선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로 피 덩이 같은 붉은 해가 이글거린다.


대충 줄거리는 이런 내용이지만 이미지는 ‘붉다’였고 머릿속에 사진처럼 찍혀 있는 것이다.


인생을 어느 정도 지나고 보니 정말 좋은 영화라는 것을 새롭게 느껴졌다.

20대 초는 사랑도 결혼도 자식도 없을 때이니 공감능력도 떨어졌을 테고 붉은 이미지 영화로 남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좋은 영화는 때때로 꺼내 볼일이다. 전에 없던 감동이 있다.


세 자매는 나중에 다시 보자고 했다. 그때가 언제 일 줄 몰라도 오늘은 저녁으로 탕수육에 고량주를 먹어볼 생각이다.


중국 술은 황주와 백주로 나누는데 고량주는 백주이고 도수가(40~63) 도하는 높은 술이다. 순한 황주는 상류층에서 많이 먹고 백주는 서민들이 많이 애용하는 술이라고 한다.


수수 , 즉 고량은 직접 식용으로 하기에는 맛이 별로 좋지 않은 곡식이다.

그러나 고량으로 증류주를 빚으면 다른 곡식을 재료로 할 때보다 품질이 월등하고 알코올 도수도 놓아진다.-신이 내린 술 마오 타이-


고량 은 씨만 뿌려도 저절로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생명력이 강한 곡물이다. 그래서 메마른 땅이나 거친 땅에서도 햇볕만 있으면 무럭무럭 잘 자란다.-살아있는 한자 교과서-


이 영화에 끌린 이유가 생명력 강한 수수 고량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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