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걱정

엄마의 뚝딱 백반 요리

by 달삣

매미가 대차게 우는 날 친정엄마 집에 놀러 갔더니 밥 먹고 가라고 엄마가 밥을 차린다.

엄마의 밥 차리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뒤돌아서 완두콩밥에 뭔가를 무치고 끓이고 참 생경한 모습이다. 그동안 엄마의 밥을 안 먹은 것도 아닌데 왜 한 번도 안 먹은 것처럼 낯설게 느껴질까 생각이 들었다.


평생 남의 밥 차려주는 일을 했지만 정작 식구들의 밥은 우리끼리 해결할 때가 많았다.

엄마는 백반 식당을 했었기 때문에 집에 오면 고단한 몸을 뉘 우기 바빴었다.


그런 엄마를 이해 하기에는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고 세상과 부딪치다 보니 이해가 됐다.


어릴 때는 비가 오면 우산 갖고 오는 친구 엄마를 부러워했고 고3 때는 도시락 두 개씩 싸오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나는 학교 매점에서 빵이나 라면을 사 먹었었다.


잠시 옛날 생각을 했는데 엄마가 뚝딱하고 한상을 차렸다. 돌아와 거울 앞에선 시처럼 세월을 돌고 돌아 엄마 밥상을 단독으로 받은 것이다.


여름 반찬은 참 별개 없어도 순조롭다. 달콤 새콤한 오이지무침 눈물 맛난 오이지냉국 살짝 쪄서 양념장에 버무린 가지무침 마이싱처럼 쓰지만 보약 같은 씀바귀김치 쌉소로 열무김치 호박 된장 두부된장찌개 찰 보리밥 아삭이 오이 고추와 쌈 등이다.


결혼하고 나서도 엄마 밥상 받는 게 미안한 동생은 친정에 가면”엄마 피자 시켜먹자’ 아니면 짜장면? 하고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가 밥상 차려 주고 싶은 마음을 아는 나는 혼자 갈 때는 밥상을 차려 달라고 해서 먹고는 한다. 엄마는 자식들에게 어렸을 때 밥 못 챙겨준 게 맘에 걸려해서' 이제라도 해줘야지 '하는 보상 심리가 있는 것 같다.


"엄마 다 큰 자식 밥을 뭐하러 챙겨요. 우리도 알아서 해 먹고 자식들이 엄마를 대접해야죠"

" 아냐 아냐 내가 다 해줄 거야 김치도 담가 놨으니 갈 때 가져가"


엄마는 역삼동에서 가정식 백반집을 오래 했다. 돈은 많이 벌지 못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상치른 다음에도 새벽에 경동시장에 나가서 장을 봐 식당 문을 열었다.


남편에 대한 사랑은 평생 외사랑이었지만 아버지를 많이 의지하고 있었나 보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남편 잃은 슬픔은 뒷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다.


시장 사람들이 친구이다. 어느 가게가 채소가 싸고 어느 가게가 생선이 싱싱 한지 꿰고 있다.


자식들은 힘드니까 식당을 그만두라고 하면 같이 일하시는 분이 다하신 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 요리사의 말에 의하면 음식의 기본은 싱싱한 재료 장보기요 그다음이 다듬기 썰기 그다음이 양념하기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상 차리기라고 했다


불에 올려 지지고 볶고 끓이는 일이 마지막인데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먼저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불에 올려놓으면 일이 뒤죽박죽 된다고 한다. 뭐든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는 눈도 잘 안 보이고 손에 힘이 없어 식당을 접고 집에 있다.

그래도 우리가 가면 식당 놀이가 하고 싶으신가 보다.


“백반은 공짜야”하고 우스개 소리를 하신다.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맛있게 먹고 용돈을 슬며시 두고 나오면 지나간 엄마와의 섭섭했던 가지일들이 하나씩 풀어지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늘 여기저기 아픈 엄마가 걱정이고 돌아가실까 걱정이고 전화가 안되면 불안하다. 아직도 난 인생 숙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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