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피어 내 곁에 오래 있는 꽃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언니는 무슨 꽃 좋아해?"

하고 며칠 전 만난 여동생이 묻기에

"가을에 피는 추국"하니까

"국화? 아유 촌스런 국희 국화"하고 웃었다.


사실 추국을 베란다에서 키워보기까지 국화가 예쁜 줄 몰랐다.

그전에는 향이 좋은 봄꽃인 라일락 목련 여름의 능소화나 화려한 울타리 빨간 장미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마치 떠들썩한 축제의 장에서 다들 돌아간 구석에 더디 홀로 피는 추국이 제일 예쁘다.


추국은 정말 다른 꽃이 다 피고 지고 한 다음에까지 피질 않아서 꽃이 안 피나 했는데 11월이 되자 노란 봉오리가 맺히더니

12월을 지나 1월까지도 꽃이 핀다.

밖에는 눈이 내리고 추운데 꽃을 피워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이래서 옛 선조들이 국화를 사랑했나 보다.

은근과 끈기 의리가느껴지는 국화소재로 문인화를 그리고 정약용선생은 밤중에 벗을 불러 등잔 불빛에 국화 화분 그림자를 비춰서 그림자놀이를 했다고 하는데 국화를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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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의 다섯 가지 아름다움


둥근 꽃이 높다랗게 달린 것은 하늘을 본받는 것이요,

순황색으로 잡색이 없는 것이 대지의 빛깔이다.

일찍 심어 느지막이 피는 것은 군자의 덕이요,

서리를 무릅쓰고 꽃봉오리를 토하는 것은 굳세고 곧은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술잔에 띄우면 몸이 가벼워지니 신선의 음식이라 그 소중함이 이와 같다.

양화 소록 국화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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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시절이 삭막할 때 많은 위로를 주는데 베란다 국화는 오래오래 시들지 않고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맙다.


사람도 늦게 트이는 사람이 훨씬 잘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대기만성이란 말도 있듯이 지금 힘들더라도 조금 더 참고 견디면 언젠가는 꽃이 핀다.


베란다에 핀 국화를 보며 내 곁에 꽃처럼 피어있는 이들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