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야 할 때를 아는 것

사느맛레시피(신맛)

by 달삣



전에 사진 찍어놨던 따뜻한 물 한잔을 그려보기 위해서 싫증난 개나리 그림을 지우고 그위에 유화로 그렸는데 전 그림이 은은히 비치는 게 꽤 괜찮은 느낌을 받았다.


그림을 그릴 때는 한 번씩 사진을 찍으며 객관적 시각을 보는 게 필요한 것 같아서 그림을 멀찍이 두고 바라보았다.


멀리서 보니 원근감이 없는 것 같아서 개나리 그림을 싹 비워 버렸더니 원거리의 배경색이 답답해졌다.


아차 싶은 게 좀 더 뜸을 들이며 생각을 했어야 하는데 지워진 그림이 갑자기 그리워졌다. 지우는 것이 아닌 먼 거리에 있는 언덕 위에 작은 마을을 희미하게 그리거나 여성 시스루 패션처럼 아지랑이처럼 표현할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요즘 디지털 프로 크리에이터 앱 그림은 손가락 두 개로 터치하면 예전으로 돌아가던데 유화나 아크릴 등 수작업은 돌아갈 수 없는 게 안타까웠다. 그때 멈추고 선을 그었어야 하는데 말이다.


저녁뉴스를 보다 보면

'오늘은 여기까지'하며 선 긋는 말을 하며 진행하는 뉴스 아나운서가 있는데 아주 현명한 방법이다.


그만 멈춰야 하는 걸 하고는 후회가 되면서 생각을 해봤다. 그리다 보면 멈춰야 할 때가 있다. 좀 더 잘해보려다가 망치는 경우가 있다. 한번 망친 그림은 내 의도와는 다른 쪽으로 흘러가기가 싶상이다.


그림을 그리며 선 긋는 것에는 관계에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관계도 잘해보려고 자주 찾아가고 선물도 과하게 하고 상대의 기분은 생각도 안 하고 조언이랍시고 떠들고 해서는 관계가 잘 유지 되질 않는다.


어떨 때는 혼자 쉬라고 내버려 두는 것도 필요하고 무심히 놔둘 때도 있어야 한다.


요리할 때도 양념을 과하게 넣으면 음식 맛을 버릴 수가 있다. 조화로운 맛을 내기 위해서는 단맛을 조금 넣거나 짠맛도 적당히 넣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 은 아니다.


일단 망가진 인간관계들은 급조해서 사과하거나 술 한잔 하며 풀거나 해서 오해를 풀지만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한다.


심폐소생술로 요리도 물을 넣거나 다른 양념을 넣어서 비스므레 한 맛을 내지만 첫맛을 따라잡기는 힘든 것 같다.


그리고 싶지 않을 때는 놔두고 그림도 마법을 부리게 쉬게 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배경 그림에 자꾸 덧칠하면 더 투박해질 것 같아서 다른 방향으로 그려 보기로 했다.

꽃잎을 그려 넣으니 좀 났다

요럴 때는 극약처방

꽃잎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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