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변소 이야기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이야기 중에 끝장 이야기인 변소나 x 이야기만큼 재밌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진짜 별 볼 일 없는 인간을 x덩어리라고 희화하기도 하고 조금 민망스러운 장소이기도 하다.



지금은 화장실이 대세지만 예전에는 거의 변소였다.


사람들이 싫어하면서도 좋아하는 이야기는 공포이야기다. 귀신 이야기들이 변소에서 많이 만들어진 이유는 죽음과 관련이 많기 때문이다.


홍상수 영화 강변 호텔의 남자 주인공은 화장실에서 쓰러져 죽는다.


사람은 방에서 태어나 화장실에서 죽는 경우가 간혹 있어서 화장실에 저승사자가 있다고 노인들은 말하고는 한다.


실제로 귀신인 측간 신이 있다고 예전부터 민간신앙으로 내려오고도 있다.


귀신 이야기에 변소 이야기가 빠지질 않는데 예전에는 변소가 밖에 있어서 밤에 별 보며 변소에 가면 x통 안에 아니면 밖에 귀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x안에서는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하고 귀신이 물어서 놀라 줄행랑친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떠도는 귀신 옷에 핀을 꽂아 따라 가보니 변소 안이 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무튼 화장실에 대한 공포가 있기에 고혈압 환자가 힘주어 볼일 보다가 심장병 환자가 찬물에 세수하다가 혹은 물기에 미끄러져서 낙상으로 죽는 경우가 있으니 조심할 일이다.


하지만 변소가 무조건 공포스러운 것은 아니다. 송광사에 가면 근심을 덜어낸다는 해우소라는 깊은 변소가 있는데 한번 볼일을 보면 컴컴한 저 안으로 적막하게 떨어져 소리도 안 난다. 덜어내야 근심이 없어진다는 해우소가 재밌다.



또한 예전 군대 변소는 군인들이 몰래 숨겨놓은 간식을 변소에서 먹는 장소이기 했다.


변소 창 문을 통해 마을 사람들이 파는 떡이나 초코파이를 사 먹고 거기서 나만의 공간 담배를 피우고 신문을 보고 어느 정도 기운을 충전해서 나오기도 했다고도 한다.


영화 넥 플리스 , 절대쌍교에 나오는 변소 이야기가 재밌다.

주인공이 마녀에게 쫓겨 숨은 곳이 변소 안이다.

X 무더기 옆으로 굴을 파서 아지트를 만들어 놓고 그 속에서 술과 책을 갖다 놓고 피난처로 삼다가 보물을 찾기 위해 벽을 뚫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이야기가 있다.


주로 날아다니는 무협소설의 끝판왕인 황당무계한 이야기이지만 어떤 철학도 심어 있는듯한 느낌도 들었다.


변소벽 탈출 사건은 최악의 경우지만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실제로 영화에 나오는 x덩어리 같은 악인들도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과 위선을 보이다가 하는 말이 "살아있다"며 스스로 위로도 한다.


죽으면 끝나는 거다. 모욕도 고통도 참은 것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악인들도 믿는다. 밑바닥까지 가면 뛰어오르게 마련이다.버티는 심리가 있어야한다.


또 변소는 소통의 장소이기도 했다. 아톰을 그린 데스카 오사무는 전쟁통에 여러 사람이 들락날락 하니 변소 벽에 만화를 매일 그려 붙였다고 하는데 이쯤 되면 현재의 브런치급 아닌가


그 만화가는 언젠가부터 만화를 붙이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만화 그린 종이를 변소 휴지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생활에 빠질 수 없는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 장소이지만 예전 변소는 너무 더러웠다.


오죽하면 아직도 조금 피곤하면 국민학교 때 더러운 변소가 꿈에 나타날까 싶다. 요즘은 청소하기도 쉽고 위생적인 화장실이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하지만 변소가 화장실 됐다고 음습한 기운이 떠날 것 같지 않으니 안전에 조심할 일이다.


잘 먹는 것만큼 잘 비우고 해결하는 여러 다른 이름의 변소, 측간, 해우소, 화장실에 여러 가지 스토리 텔링이 있는 것 같다.

송광사 해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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